양자컴퓨터, 일본 오염수 방류, 초전도체, 이차전지, 나노물질 맥신. 이들 키워드의 공통점은 올해 국내 증시를 주름잡았던 테마주라는 점이다. 올해를 두 달 남겨 놓고 또다시 새로운 테마주가 떠올랐다. 이른바 ‘김포 테마주’다.
여당이 던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슈가 정치권과 부동산 시장을 거쳐 증시도 흔들고 있다. 화장품 유통판매 A 상장사는 김포에 공장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 편입 수혜주로 거론되며 하루새 주가가 15% 올랐다. 김포에 공장을 보유한 소재부품 기업 B와 김포에 지점과 부지를 보유한 C 기업도 주가가 급등했다. D 상장사는 한 수위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서울시 편입 이슈 직후 공시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산재평가를 추진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평가 대상에는 ‘본사가 위치한 김포의 토지 및 건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반복되는 장세에서 테마주는 개미들의 ‘현혹’ 대상이다. 하락 그래프를 그리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빨갛게 치솟는 몇 안 되는 종목들을 보면, 빨리 올라타야 할 것 같은 포모(FOMO) 매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주가지수의 상단이 막혀있고 주도주의 힘이 약해지면 테마주 장세가 이어진다. 혹자는 주도주가 없는 산발적 테마의 흐름을 버블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서울 편입 이슈는 추진 단계일 뿐 현실화 가능성이 아직은 높지 않다”며 “추진이 무산되면 반대로 실망감이 커지면서 시장이 휘청일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포 테마주들의 주가도 같이 휘청일 수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논설주간 이강희는 ‘어떠어떠하다고 보기 힘들다, 볼 수 있다, 매우 보여진다 등 같은 말이어도 누구에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정치 테마주가 그렇다. 불확실성이 크고 정치권의 입모양에 따라 얼마든지 수익과 손실을 오갈 수 있다. ‘김포 서울 편입 테마주’의 주가 급등은 회사의 사업성, 실적과는 무관한 증시 도박꾼들의 유혹으로 볼 수 있다. 끝에 단어 3개만 좀 바꾸자.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