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 그들이 패배할 것이라 확신
전쟁은 우리 선택 아냐, 우리가 희생자”
상황 악화 시 이란 지원 요청 가능성 열어둬
북한산 무기 사용 여부에는 “출처 묻지 않아”
2일 전 가자지구 보건장관이자 하마스 국제관계협의회를 이끄는 바셈 나임 박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마스 고위급 인사가 지상전 개시 후 국내 매체에 입장을 전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임 박사는 ‘지상전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시설이나 능력 측면에서 우린 미국과 유럽 강대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 비교될 수 없다.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도 그렇다”며 “반면 하마스는 대부분 자체적으로나 인근에서 생산된 무기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임 박사는 “전쟁은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었다”며 “누구도 우리가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선택지는 한두 개뿐이다. 국가를 떠나거나 죽는 것”이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도 선택지는 얼마 없다. 그건 어떻게 죽을지에 관한 선택지다. 로켓으로든 의약품 부족으로든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공중전이든 지상전이든 학살을 계속한다면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승리하고 자유와 독립을 따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상전이 심화할 경우 이란에 지원을 요청할 것인지’라는 물음엔 우회적으로 긍정의 뜻을 보였다. 그는 “어느 국가든, 어느 정파든 모든 지원을 환영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적 지지도, 이집트의 인도주의적 지원도, 카타르의 재정적 지원도 모두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 역시 우릴 지원하는 국가 중 하나”라며 “경제적으로든 훈련과 무기 공급 측면에서든 그렇다”고 덧붙였다.
하마스가 북한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확답을 피하면서도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론 파즈 이스라엘 총리실 외신보도국장은 본지에 “하마스의 유탄발사기를 북한이 만든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이란과 시리아, 레바논을 통한 유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임 박사는 “우리는 북한과 관계없다. 북한의 어떤 무기를 말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면서도 “우리 전사들과 지도자들은 매우 다양한 시장과 지역에서 무기를 가져오고 무기의 출처에 대해선 묻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무기 출처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미국일 수도 있고 심지어 이스라엘산도 여기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그저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개시 후 이틀 연속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하며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전날 병사 13명이 전사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고통스러운 손실이지만 하마스와의 전쟁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그간 이스라엘 지지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했지만, 이스라엘의 난민촌 공습과 그에 대한 비판 여론에 난감해진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 달 새 세 번째나 블링컨 장관을 급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