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주행동이 이들 기업의 주가와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행동주의 자본’들이 주주가치에 반하는 기업의 의사 결정에 반기를 들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 때 소액주주들의 호응(주가 상승)은 컸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연금 사회주의’에 관대하지 않다. KT 사례처럼 자칫 민간기업에 정부 입맛에 맞는 ‘관선 이사’를 뽑고, 정부 정책을 실현하는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의 도구로 쓰인다면 소액주주는 물론 국민의 노후 자금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면서 카카오(2.53%), 카카오페이(6.36%), 키움증권(1.34%), 현대로템(0.63%)의 주가는 상승했다. 지배주주 개선 기대감 등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카카오 등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꿈에 따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일반투자로 변경한 기업은 각종 의혹과 사건·사고가 불거진 곳들이다.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시세조종 의혹에 휩싸여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BNK금융지주에서는 거액의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정책 등을 끌어낸다면 행동주의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호응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주주 행동주의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기업들이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민연금이 전면에 나선다면 시장 파급력은 클 것으로 본다 ”라며 “하지만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다 보니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투자 중인 국내 주식 종목 1175개 중 보유 목적이 일반투자인 것은 100여 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주권은 오직 국민의 노후자금을 불려주기 위한 장기 투자 수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간 기업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재벌개혁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편, 포퓰리즘 같은 정치적 정책적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전 보유 목적 등에 대한 공시를 한 만큼 과도한 해석”이라며 “방침상 개별 투자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내부 지침의 기준에 맞춰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정치적이고, 새롭지 않다면 주가에도 악재다. ‘행동주의를 내세운 약탈적 자본’의 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DB하이텍은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주주서한이 공개된 지난 6월 1일 이후 이날까지 14.50% 하락했다.
KCGI자산운용의 주주서한 발송 이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9.81%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