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종료·현물ETF·반감기 기대감 시너지 효과
지난 일 년간 2~3000만 원대를 오르내리며 잠잠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0일 4000만 원을 돌파한 비트코인은 약 2주 만에 4700만 원까지 넘어서며 최근 한 달간 25%, 일 년간 113%라는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격 상승 뒤에는 미국의 긴축 정책 종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내년 4월 반감기라는 세 가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약 2.3% 오른 4740만 원을 기록했다. 이날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기준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일 년 가까이 이어지던 미국의 긴축 정책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은 기준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금리인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미 장기 국채금리의 급등과 같은 실물 경제 위축을 언급하는 등 긴축 종료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대해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파월 의장이 ‘지금까지의 긴축 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면서 “2번 연속 금리 동결에 이어 12월에도 금리를 동결한다면 긴축이 끝났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C가 심사 중인 블랙록을 포함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는 현물 ETF를 대규모 기관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게 할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일례로 코빗 리서치센터는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200억 달러 이상이 (현물 ETF) 출시 이후 1년 이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고,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역시 같은 달 보고서에서 현물 ETF가 출시되면 가상자산의 ‘자산으로서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물 ETF가 적어도 내년에는 승인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10월에는 아크인베스트, 피델리, 발키리 등 자산운용사가 연이어 ETF 신청서의 수정본을 제출하는 등 최종 승인을 위해 SEC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는 “(현물 ETF의) 승인이 임박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신청자와 SEC가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해 ETF 승인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비트코인은 또 다른 ‘빅 이벤트’인 4번째 반감기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는 자신의 X(구 트위터)에 비트코인 반감기가 166일 남았다는 게시물을 남겼다. 이번 반감기가 도래하면 비트코인의 블록당 보상은 기존 6.25개에서 3.125개로 줄어든다. 반감기는 절대적인 공급량이 감소하게 되는 만큼 강력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가장 최근 반감기였던 2020년 5월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 원 초반대였지만, 이후 1년 반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1년 11월 10일 사상 최고가격인 9239만 원에 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