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을 하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예약 전쟁이 펼쳐지고, 진료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하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이러한 전국적인 '소아청소년과 부족' 이슈는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대형 종합병원 소재의 유무가 좋은 집을 고르는 요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서울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시내 개인병원(의원) 중 소아청소년과는 456개로 2017년 521개보다 12.5% 줄었다.
지역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들이 주축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올해 3월 말 기자회견에서 "저출산과 낮은 수가 등으로 수입이 계속 줄어 동네에서 기관을 운영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폐과'를 선언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 수도 부족하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최종 지원율은 25.5%에 불과했다. 하반기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율은 더욱 처참하다. 전국 40개 수련병원의 모집 정원은 총 258명이었지만, 지원자는 단 2명뿐이었다.
이처럼 소아청소년과 붕괴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주택시장에서 대형병원과의 거리에 따라 단지의 가치가 갈리고 있다. 주택시장의 주 수요층은 어린 자녀를 두거나 계획 중인 3040세대이기 때문에 대형병원을 품은 단지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 총 27만8974건 중 30~40대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4만7701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인 52.94%를 차지했다.
대형병원 인근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도 지역에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희궁자이3단지'가 대표적이다. 단지는 서울의 대표 대형병원인 강북 삼성병원과 인접한 아파트로 지역 내에서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단지의 전용면적 59㎡A 평균 매매 가격은 6265만 원(3.3㎡당)로 단지가 위치한 종로구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2756만 원) 대비 약 127%(3509만 원) 높았다.
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병원 인근에 위치한 '광교자연앤자이2단지' 아파트(전용 101㎡C)의 평균 매매 가격도 440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영통구 평균 매매 가격(2968만 원) 대비 약 1440만 원 높은 금액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내 집 마련 수요자 중 대다수가 어린 자녀를 두거나 계획 중인 수요자인 만큼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병원 인근 단지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으로 대형병원이 있는 것은 인구가 많고 그만큼 자녀를 키우기 좋을뿐더러 생활 편의성이 높기 때문에 주거지 선택 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대형병원과 인접한 곳에 신규 분양을 앞둔 아파트로는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가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2층, 11개 동, 전용면적 36~84㎡ 총 83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408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두산건설과 쌍용건설 컨소시엄은 인천광역시 계양구 작전동 일원 작전현대아파트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계양'을 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9층, 9개 동, 총 1370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면적 49~74㎡ 620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태영건설은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일원에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을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9층, 5개 동, 총 733가구 단지로 이 중 전용면적 37~98㎡ 532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DL이앤씨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원 천호3구역 재건축사업을 통해 짓는 'e편한세상 강동 프레스티지원'을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5층, 8개 동, 총 535가구로 조성되며. 이 중 전용 44~84㎡ 중소형 평형 263가구가 일반분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