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대 경제국 경유 수요 모두 감소
경제 악화에 내년 전망도 부정적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연료이자 대표 석유 제품인 경유(디젤)와 나프타가 유럽에서 외면받고 있다. 유럽 경제가 어려운 탓에 수요가 급감한 것인데, 세계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유럽 국가들의 연간 나프타 소비량이 올해 급감해 1975년 이후 최소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올해 해당 유럽 지역의 나프타 하루 소비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직전인 2019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84만4000배럴로 집계됐다.
경유의 경우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5대 경제국 수요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9월 도로용 경유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했다. 독일은 올해 하루 수요가 전년보다 약 9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파키스탄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 같은 배경엔 경유차 대신 전기자동차를 선호하는 소비 환경의 변화도 있지만, 더 큰 요인으로 유럽의 경제위기가 꼽힌다. 경유는 트럭과 기차, 선박, 농업 등 산업 전반에, 나프타는 주로 석유화학 부문에 활용되는데, 두 제품 모두 경제활동이 부진하면서 관련 수요도 줄어들었다. 석유화학 기업 BASF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천연가스 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앨런 겔더 정유·화학 부사장은 “둔화한 경제성장이 제조업에 큰 타격을 줬다”며 “두 제품 모두 2024년 전망도 약하다”고 분석했다.
유럽 수요가 급감하면서 세계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유럽은 그간 중동과 인도, 미국산 경유의 메이저 수입처이자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로 향하는 나프타의 주요 수출처였다. 현 상황이 전 세계 경제와 석유 시장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수요가 견고한 점은 희망적이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침체에 빠졌던 미국 트럭 산업이 초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철도 화물 운송도 증가세다. 중국은 부동산 위기에도 경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1~8월 경유 수요는 2년 전 대비 40% 증가했고 같은 기간 나프타 수요는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