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정보유출 사고 위험…소비자 불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중개기관 선정을 놓고 여전히 진통 중이다. 진료기록과 보험청구 정보를 중개해주는 기관에 대한 보험사와 의료기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특히 의료계는 공공기관이 아닌 핀테크 업체 등 민간 영역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간의 경우 사업 중단 및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의료계는 위헌소송을 예고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병원에서 진료내역 등을 받아 보험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제3의 중개기관 선정이다.
중개기관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위원회에서 논의 후 대통령령으로 결정된다. 현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험개발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의료계가 크게 반대하는 곳은 심평원이다. 의료계는 심평원에 축적된 의료 정보를 보험사가 지급 거절이나 가입 거부 등의 명분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고, 오히려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보험개발원 또한 보험사 입장을 대변한다는게 반대의 근거다.
이들은 심평원과 개발원을 제외한 다른 기관으로 제3의 중개기관을 정하고, 전자적 전송 방식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 등 지원 방안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전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요양기관에 제기될 수 있는 보험금 미지급 등에 따른 환자의 민원 방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의료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송대행기관은 정보 누출에 대한 관리와 책임이 보장된 기관으로 엄격히 정하되, 관(官) 성격을 가진 심평원, 보험료율을 정하는 개발원은 불가하다”며 “심평원을 통하지 않는 민간 핀테크 업체를 통한 자율적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민간 핀테크 업체는 불가피한 사업 중단이나 정보 유출 사고 등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도의 보안 솔루션 등을 활용해 해킹 등의 정보유출에 철저하게 대처하고 있는 기관들이 중개기관으로 선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000만 명의 실손보험 데이터를 핀테크 업체들에 맡기는 건 보안상의 이유로 가능성이 작다”며 “보험개발원 말고는 현실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안으로 중개기관 선정을 끝내겟다고 시한을 못 박은 만큼 새로운 핀테크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및 소비자단체(소비자와 함께)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내년 10월 25일 시행 예정인 실손청구 전산화에 있어 향후 추진 필요사항 등을 논의하고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