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플라스틱 빨대' 계속 써도 된다…일회용품 줄이기 정책, 규제에서 지원으로

입력 2023-1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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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일회용품 관리 방안' 발표…"과태료 부과보다 자발적 참여 지원 정책으로 전환"
일회용품 사용규제 품목에 종이컵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 연장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우수매장에 인센티브 부여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1회용 비닐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겨울마다 푸드트럭에서 붕어빵과 어묵을 파는 A씨는 올겨울에는 어묵은 팔지 않기로 했다. 종이컵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정부 정책 때문이다. 밀가루, 설탕 가격이 매년 올라 이윤도 계속 줄고 있는데, 종이컵을 썼다가 과태료가 부과되면 큰일이다. 작은 푸드트럭에 다회용컵을 많이 쌓아둘 수도 없고, 세척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아예 어묵은 팔지 않고 붕어빵만 팔기로 했다.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종이 빨대를 사용 중이다. 그러나 맛이 이상해서 다시는 안 오겠다거나 종이 빨대가 흐물거려 쓸 수가 없으니 새 것으로 바꿔 달라거나, 플라스틱 빨대를 달라고 호통치는 고객 등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종이 빨대를 쓰고 있지만 고객에게 쓴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또 플라스틱 빨대보다 훨씬 비싸지만 환경을 위해 종이 빨대를 쓰고 있지만, 워낙 부담이 커 정부가 나서서 비용을 지원해 주거나 종이 빨대 가격을 낮춰주길 바랄 뿐이다.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포장용 일회용 컵이 쌓여 있다. (이투데이DB)

앞으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비닐봉투 역시 사용해도 과태료 부과 등 강제적 규제는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 방향을 과태료 부과 대신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 정책으로 틀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우수 매장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을 확대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7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의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일회용품을 이런 내용을 담은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 1년의 계도기간을 두고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편의점에서 일회용 봉지 사용 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 품목 확대한 바 있다. 이달 23일 계도기간이 끝나면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경영난 등을 이유로 계도기간 연장이나 규제 철회를 요구해 왔다.

이에 정부는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번 관리 방안은 그동안 계도로 운영해 온 품목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대책의 취지를 밝혔다.

◇ 종이컵 사용 제한 품목에서 제외…"지원 통해 사용 줄일 것"

품목별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종이컵은 사용제한 품목에서 제외된다.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는 다회용 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특히, 공간이 협소한 매장은 세척 시설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현장 적용이 어려운 점, 현재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는 나라가 없고 많은 국가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 중심으로 관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다회용 컵 사용 유도 대책은 지속하고 매장에서 사용한 종이컵은 별도 분리 배출하는 등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해 재활용률을 높인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서초동 개인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트레이에 커피와 함께 플라스틱 빨대를 함께 준 모습. (남주현 기자 @jooh)

◇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 연장하고 대체품 시장 성장 유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은 주로 종이 빨대, 생분해성 빨대 등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소비자는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사업자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가격이 2.5배 이상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했으나,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에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기간을 연장한다. 계도 종료 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계도기간 동안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할 수 있도록 생산업계와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 비닐봉투, 과태료 부과 대신 대체품 사용 문화 정착 주력

비닐봉투는 장바구니,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 사용 문화를 정착시킨다.

정부는 비닐봉투의 경우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BGF리테일(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씨스페이스2 등 편의점 5개 사가 올해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70%이며,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런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고려해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보다는 대체품 사용을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일회용품 줄이기 동참 매장에 다회용 컵·식기세척기 비용 지원

환경부는 소상공인이 부담 없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이른 시일 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매장에는 다회용 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 참여 매장은 소상공인 지원사업 선정·지원 시 우대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공공기관, 민간기업,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과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다.

임 차관은 "과거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못했던 것은 실제 효과에 비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고, 그 비용의 대부분을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짊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라며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은 우리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더욱 성공적으로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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