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상승ㆍ중동 정세 불안, 내수 경기 제약 우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생산과 수출이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 고조로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7일 발표한 11월 경제 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생산 일부 회복 등으로 우리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한 KDI가 이달에도 비슷한 진단을 내린 것이다.
경기 부진 완화 진단 배경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 및 수출 부진 완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550억9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전년대비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작년 9월(+2.3%) 이후 13개월 만이다.
최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89억4000만 달러로 3.1% 줄었지만 감소 폭은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대(對)미국 수출은 17.3% 늘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대중국 수출은 9.5% 줄었지만 전달(-17.6%)보다 감소폭이 대폭 줄었다.
KDI는 10월 수출의 높은 증가세는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것도 있지만 점진적으로 수출 부진 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올해 9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1.9% 늘었다. 이중 반도체 생산은 전월대비 12.9% 늘어 전달(+13.5%)에 이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년대비로는 23.7%나 늘었다.
서비스 소비의 완만한 증가세도 경기 부진 완화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9월 서비스 생산은 숙박 및 음식점업(+2.4%), 운수 및 창고업(+2.2%) 등 여행과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0.4% 늘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재화 측면의 소매판매의 경우 0.2% 늘어 3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용 역시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다. 9월 취업자 증가폭은 건설업 고용 증가에 힘입어 전월(+26만8000명)보다 확대된 30만9000명을 기록했다.
KDI는 이를 근거로 우리 경제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통화 긴축 기조로 미국의 국고채 등 시장금리가 상승해 국내 시장금리도 큰 폭으로 올라 내수 경기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 여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얘기다.
9월 소매판매가 소폭 증가했지만 고금리 기조로 승용차(-0.9%) 등 상품 소비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고조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우리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고물가 기조를 심화시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