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CKD-510’ 기술 수출, 창사 이래 최대 규모
6일 하루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 기술 수출 계약이 2건 체결됐다. 종근당은 노바티스에 희귀질환 신약후보물질을, 오름테라퓨틱은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에 백혈병 치료제를 각각 기술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계약 규모는 양사 합쳐 2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종근당에 따르면, 6일 오전 종근당은 노바티스에 희소난치성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심방세동 치료제 등으로 개발 중인 HDAC6 저해제 ‘CKD-510’을 최대 계약 규모 130억5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에 기술 수출했다. 계약금은 8000만 달러(약 1061억 원) 규모다.
CKD-510은 앞서 전임상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등 여러 HDAC6 관련 질환에서 효능이 확인됐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과 내약성, 제형 변경 가능성 등을 인정받았다. 2020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CMT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기도 했다.
오름테라퓨틱은 6일 오후 총액 1억8000만 달러(약 2336억 원), 계약금 1억 달러(약 1298억 원)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고위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제인 ‘ORM-6151’을 기술수출했다. ORM-6151은 계열 내 최초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항 CD33 항체 기반 GSPT1 단백질분해제다. 미국 FDA에서 AML 또는 고위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BMS는 단백질 분해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항암제 분야의 글로벌 리더이며, 이번 계약을 통해 오름이 자체 개발한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TPD², 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의 기술 잠재력이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바티스와 BMS가 이처럼 기술이전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간 진행해왔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강화에 있다. 노바티스는 올해 7월 디티엑스파마(DTx Pharma)를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인수해 FDA의 ODD를 받은 CMT 1유형 치료제 ‘DTx-1252’를 확보한 상태다. 이번에 기술이전한 CKD-510은 CMT 2유형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CMT 환자 대부분을 케어하기 위한 노력을 풀이된다. BM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 BMS가 연구해오던 GSPT1 분해 약물 ‘CC-90009’ 임상 1상을 중단하면서 이를 대체할 신규 파이프라인으로 ORM-6151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종근당의 기술수출 계약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올해 들어 이뤄진 제약·바이오 기술거래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첫 빅파마 계약임에도 높은 계약금 비율과 적합한 파트너사 선정 등 양질의 계약을 성사했다”며 “임상 단계가 앞서 있고,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이며 임상 1상을 종료해 2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글로벌 빅파마 간 기술 수출 계약 소식은 잠잠했다. 종근당과 오름테라퓨틱이 연이어 빅딜을 성사하며 이달 8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바이오 유럽,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큰 규모의 계약 체결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