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단말기 상관없이 5G 요금제나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또 현재 4만 원대 중후반인 5G 요금제 하한선이 3만 원대로 낮아진다. 이어 80만 원 이하의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이 넓어진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이같은 내용의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단말기에 따른 요금제 가입 제한을 없애고, 통신사의 3만원대 5G 요금제와 제조사의 80만원대 이하 중저가 단말 출시를 유도해 통신비 전반을 낮춘다는 의도다. 총선을 맞두고 민심잡기용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5G 가입자 유입이 정체된 상황에서 통신사만 압박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와 협의해 현재 4만 원대 후반인 최저 구간 5G 요금을 3만 원대로 하향하기로 했다. 또 현재 데이터를 적게 쓰는 이용자에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30기가바이트(GB) 이하 소량 구간 요금제도 데이터 제공량을 더 잘게 쪼갤 계획이다.
특히 단말기 종류에 따라 특정 요금제를 강제하는 조치도 이달 내로 차례로 없애기로 했다. 이통 3사는 2020년 협의를 통해 자급제 5G 단말기로는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통신사 대리점 등을 통해 구매한 5G 단말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5G 요금제만 가입하도록 강제해왔다.이달부터 차례로 5G 단말기 이용자는 LTE 요금제에, LTE 단말기 이용자는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청년층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데이터를 소량(30GB 이하) 이용하는 3만∼4만 원대 저가 구간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일반 요금제의 최대 두 배로 확대하고, 로밍 할인이나 커피·영화 쿠폰 등의 부가 혜택을 강화한 ‘청년 5G 요금제’를 내년 1분기 중 신설하기로 했다. 단말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제조사와 협의해 연내 30만∼80만 원대 단말기를 연내에 2종, 내년 상반기에 3∼4종 각각 내놓기로 했다.
이 장관은 “(요금제가) 4만 원대 중후반에서 3만 원대로 내려온다는 것은 액수 측면에서 보면 작은 것이 아니다”면서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을 대폭 확대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덜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민심 잡기를 위한 전략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물가와 관련해 타운홀 미팅 형식의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열었고,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해 ‘서민 밀착형’ 정책 등을 언급해왔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통신 3사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5G가 LTE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데, 요금제 가입 제한을 풀게 되면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재 통신 3사 5G 보급률은 60~70%에 달한다. 사실상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5G 스마트폰 이용자의 LTE 요금제 가입이 허용되면 5G 시장 성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이 계속되면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면서 “통신비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면 6G와 같은 다음 세대 기술 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