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이 시작됐다. 이날 이례적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한 노 관장은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9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돼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3시 30분경 법정을 나선 노 관장은 취재진에 “30여 년 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돼 참담하다. 우리 가정의 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민망하기 그지없다”면서도 “이 사건으로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사 소송과 변론준비기일의 경우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노 관장의 법정 참석과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현장 발언은 재판부를 향한 보다 적극적인 입장 표명으로 풀이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 50%에 대해서는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전업주부였던 노 관장의 기여분이 없다고 봤다.
1심 판결에 따르면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에 해당하는 현금 665억 원만을 지급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노 관장은 “사회적 존재로서 여성의 의미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즉시 항소했다. 30년 넘게 가정생활을 유지하며 아이 셋을 낳아 키웠고, 남편을 내조하는 등의 역할로 SK 사업을 현재 규모로 일구는 데 기여했다는 취지다.
최 회장 역시 항소했다. 노 관장의 이혼 청구만 받아들여지고 자신의 이혼 청구는 기각된 점,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람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결혼 27년 만인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녀를 인정하며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년 뒤인 2017년 성격 차이를 들어 노 관장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도 2019년 맞소송을 냈다.
올해 5월 두 사람의 세 자녀가 2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도 올해 3월 3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첫 변론기일은 내년 1월 11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