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까지 총 20일간 진행…올해 기업 2543곳 참여
코세페 이름 지운 유통가, 업체별 세일 행사 별도 진행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지만 유통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유통업계는 코세페 이름 대신 각 업체별로 특화된 행사를 진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코세페는 흥행 저조, 작은 할인폭 등으로 매년 무용론이 지적되고 있지만 9년째 시행 중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30일까지 코세페가 진행된다. 코세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행사를 표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모델로 삼아 처음 시행됐다. 2018년까지 정부의 주도 하에 열리다 2019년부터 민간 주도로 전환됐다.
올해 행사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한국면세협회가 후원한다. 행사에는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쇼핑, 전통시장 등 유통업계와 제조 및 서비스 업계까지 총 2543곳의 기업이 참여한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방 장관은 7일 주요 유통·제조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물가가 비싼 데다 금리가 높아 지출을 주저하게 되는데, 이번 세일 행사가 소비 상황이 좋아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코세페 참여 기업은 역대 최대 규모지만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유통업계는 이달부터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섰지만 코세페라는 이름 대신 각 업체별로 특화된 행사들을 진행 중이다. 롯데유통그룹은 이달 초 롯데 레드 페스티벌을 진행했고 이어 롯데백화점은 11월 17일부터 12월 3일까지 겨울 정기 세일에 돌입한다.
신세계그룹은 13일부터 19일까지 쓱데이 행사 연다. 이 일환으로 이마트에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최대 50% 할인하고 난방 가전, 침구 등 겨울 상품을 할인해 판매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6일까지 백화점, 홈쇼핑, 면세점, 한섬, 리바트 등 10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패밀리 위크를 연다.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전 점포에서 패션, 리빙, 잡화 등 총 300여 개 브랜드가 대규모 할인전을 펼친다.
그나마 홈플러스만이 코세페를 사용했다. 홈플러스는 29일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플 메가푸드위크’ 행사를 연다. 식품은 물론 비식품까지 최대 50% 할인 또는 1+1에 판매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9년째를 맞는 코세페는 매년 무용론에 시달려왔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와 비교해 상품이나 할인율에서 차이가 나면서 소비자 실망으로 이어진 탓이다. 업계 중심 추진위원회가 이끄는 식의 민간 주도로 전환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는 미국과 다른 한국의 유통 구조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 블랙프라이데이가 가능한 이유는 유통업체가 대부분의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다. 유통업체와 제조사가 연말이 왔을 때 재고를 떨이로 판매하기 때문에 압도적인 할인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의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제조사들에게 입점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할인 품목이 적고, 할인폭이 작을 수밖에 없.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80~90% 세일이 불가능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유통업체별로 저마다 개별 행사를 펼치기 때문에 코세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세페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 백화점, 이커머스 등 유통업체가 마음대로 할인율을 정할 수 없다보니 할인폭 측면에서 블랙프라이데이와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 “제조사 참여 비중이 크고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할인폭을 제시하는 게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