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은 중국을 이같이 평가했다. 말 그대로 중국은 땅만 넓을 뿐, 시간이 멈춰있어 발전이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중국의 시간은 빠르다. 몇 년 전까지 중국의 TV는 그저 '껍데기'로 평가됐다. 주요 부품에 중국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한국 제품과 견줄 만큼 성장했다. 겨우 따라오는 수준이 아니라 맹렬한 추격이다.
글러벌 시장에서만 봐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 출하량 반등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역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TCL 등 중국 기업은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출하량은 470만대로, 지난해보다 4% 성장했다. 이 기간 한국 업체들이 강점을 지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하량은 6% 감소한 125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업체들이 주력하는 프리미엄 LCD TV 출하량은 344만대로 8% 증가했다. 중국 업체들이 TV 불황 속에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에 집중한 결과다.
가격 경쟁력으로 성과가 난다는 것은 제품의 품질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비교적 저렴한 제품이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이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 TCL이 한국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TCL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공식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하기로 했다. 판매부터 사후 서비스까지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 반응은 '할 수 있겠어요?'는 반응이다. 한국 시장은 프리미엄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저가 정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너무 안일한 평가다. 물론 기술 격차는 아직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경기 불황에 가격 경쟁력은 구매 결정의 일부가 아닌 상당 부분이 될 수도 있다. 그 다음 반응이 '싼 맛에 샀는데, 쓸만하다'는 평가로 이어지면 최악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영원한 1등도, 꼴찌도 없다. 대응조차 하지 않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의 시간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