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2파전’ 된 HMM 인수전…동원ㆍ하림 실탄 마련 사활

입력 2023-11-12 14:02수정 2023-11-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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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불참 전망에 유찰 가능성 거론

동원, 자회사 IPO로 현금 마련
하림, 3조2500억원 자금 확보
HMM 노조 ‘졸속 매각’ 우려도

▲부산 신항 4부두(HPNT)에서 'HMM 타코마호’에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LX그룹이 발을 빼면서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이 식품사 간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본입찰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동원과 하림은 HMM 인수를 따내기 위한 실탄 마련에 집중하며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인 HMM의 본입찰은 이달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인수 의사를 밝힌 동원, 하림, LX그룹이 참여해 9월 6일부터 진행한 실사가 8일 마무리됐다.

LX인터내셔널을 앞세워 HMM 인수전을 준비한 LX그룹이 해운업 불황 등을 이유로 사실상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LX인터내셔널은 “기존대로 HMM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본입찰 전까진 참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LX그룹의 인수전 철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식품 업체인 동원과 하림은 HMM 인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 인수에 성공하면 내 마지막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고, 김홍국 하림 회장도 “해운 운송부터 식품 제조, 물류까지 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HMM의 몸값은 5조~7조 원 사이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 가량을 인수 금융으로 조달한다면 인수 후보자들은 약 2조~3조 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각가가 적지 않은 만큼 동원과 하림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며 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경우 6월 말 기준 현금ㆍ현금성 자산이 6000억 원 수준이다. 인수 금융을 제외하고 2조~3조 원의 자금 마련이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동원은 일찌감치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해 왔다. IB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000억~6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이 2008년 인수한 미국 점유율 1위 참치캔 업체다. 영업이익만 매년 1200억~1300억 원 수준이다.

하림 또한 팬오션 인수 때 손을 잡았던 재무적투자자(FI)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고 현금을 확보 중이다.

인수 의사를 밝혔을 당시 하림이 쥔 현금은 1조8000억 원가량이었는데 최근 팬오션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3조2500억 원까지 현금성 자산을 끌어올렸다. 팬오션이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을 1628억 원에 처분하고, 자산 유동화 등의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JKL파트너스가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도 조성 중이다.

다만 HMM 내부에서는 동원과 하림의 인수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자금 확보를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한 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칫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 돼 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림과 동원그룹이 인수전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들이 본입찰에서 쓸 HMM의 몸값(예상 인수 금액)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원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자 HMM 노조 측도 이들 기업의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HMM 노동조합은 9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 예비 업체 3곳은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번 매각에 반대하며 반드시 유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MM이 지닌 현금성 자산만 14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앞으로 매각 대금이 더 늘어나면 이 두 기업이 도저히 인수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본입찰이 유찰되면, 정부가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등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의 입찰 참여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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