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환경 악화에 탄탄한 기업도 상장 시기 저울질
IPO는 성장 자금 확보 기회…기업 혁신 늦어질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IPO 주식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7% 급감한 322억 달러(약 42조52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중 마찰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했던 2019년 3분기의 360억 달러보다도 적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자금 조달 문턱이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신규 상장주보다는 수익성 높은 기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불황 등으로 둔화하면서 해외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올해 3분기 자금 유입액 상위 10개사 중 중국 거래소에서 거래된 기업은 2개 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상위 10개사의 절반인 5개 기업이 중국 거래소에서 거래됐던 데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 시장 저조 등 영향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IPO 자금 유입액은 1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미주 지역 거래소에 유입된 자금은 84억 달러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9월 미국 나스닥거래소에 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암)이 전체 유입액을 끌어올렸다. ARM의 자금조달 금액은 52억 달러로 미주 지역 전체 유입액의 60%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식료품 배송 업체 인스타카트를 운영하는 메이플베어 등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의 상장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최근 실적이 탄탄한 기업들도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독일 부품업체 렝크도 지난달 견실한 실적에도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IPO 연기를 선언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기업의 혁신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신약과 우주 개발 등 상업화까지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한 적자 기업에는 IPO가 성장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IPO 투자가 돌아올 때까지 이들 분야는 사업 속도를 늦추는 등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