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투자자들 장막판 10분전에 거래 집중, 금리왜곡 유도하기도
장외채권시장 특성상 개선책 마땅치 않아
채권시장에 종가관리 전쟁과 함께 민간채권평가사 제시 금리(민평금리)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매일매일 시가평가를 통해 성적표를 받아드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숙명과도 같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주말 일부구간 주요 채권 금리에 대한 민평금리 고시에 불만이 제기됐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장막판 거래를 일부 채권평가사가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때그때 사례는 다르지만 이같은 문제는 장외거래를 주로 하는 채권시장 속성상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해묵은 논란이다. 채권평가사가 매일 금리를 판단해야 하는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공사채, 은행채, 회사채 등 금리가 고정된 명목채(스트레이트본드)만 1만6000개에서 1만7000개 종목에 달한다. 국고채와 통안채 지표물 등 거래가 활발한 채권을 제외한 경과물 등 비지표물의 경우 금리 판단이 쉽지 않다. 규모가 적은 발행이 가상의 수익률곡선을 크게 벗어나 금리가 결정될 경우 이를 적용할지 여부도 애매할 수밖에 없다.
지표물이라 하더라도 비교적 거래가 없는 초장기 국고채 등의 경우 일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장막판 종가관리를 위한 거래를 집중시키는 것도 문제다. 하루 종일 거래가 없다가 채권평사 금리 판단 기준시점인 오후 4시 직전에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금리왜곡을 유도하기도 한다. 채권시장의 한 참여자는 “일부 기관의 경우 오후 4시를 앞둔 10분전부터 초장기물 거래에 열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고 밝혔다.
한 채권평가사 관계자는 “비지표물도 관측을 하긴 하는데 (시장에서는) 반영이 안된다고 느낄 수 있다. 수익률곡선을 기본으로 잡고 경과물 (금리를) 잡는데 거래가 늦어지거나 거래량이 미미하다보면 덜 반영될 수 있다”며 “K본드 호가 등 교차검증을 하지만 초장기물도 변동성이 커지면 한 번에 꺾기가(금리를 반영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채권은 주식과 달리 발행사가 같아도 만기에 따라 종목이 달라 평가해야 할 종목이 부지기수다. 이걸 종목별로 거래내역을 따져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또 최근처럼 급격히 금리가 변동할 때 이를 한꺼번에 반영시키면 평가손(익)이 엄청날 것이다. 이 경우 시가로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 MMF 등에서 펀드런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어 “채권평가사가 제대로 평가하기 시작하면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들도 곡소리를 낼 곳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채권평가사 관계자도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고 실토했다.
현재 국내 대표 채권평가사는 5개사로 아이스피앤아이, 한국자산평가, KIS자산평가, 에프앤자산평가, 이지자산평가가 있다. 이들 채권평가사들은 오후 4시를 기준으로 민평금리를 공표 중이다. 오후 4시30분을 전후해 국고채 등을 중심으로 잠정종가를 발표하고, 오후 5시30분까지 금융채 등을 포함한 시가평가기준수익률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제시한다. 이후 6시에서 6시30분경 전체 개별종목까지 금리를 공표하고 있다. 각 기관들은 채권평가사가 제시한 민평금리를 바탕으로 3개사 평균 내지 5개사 평균 등을 사용해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