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시점·여부 이견…세력화 걸림돌 될듯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가 사실상 당 내 당인 '원칙과 상식'(가칭) 모임을 만들어 친명(친이재명)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내부 투쟁에 나선다.
비주류 세력화를 통해 당내 쇄신 바람을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친명계 내에선 결국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한 행보라는 혹평이 나온다. 탈당 여부를 두고 벌써부터 입장 차가 감지되는 데다, '반명' 외 뚜렷한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일사불란한 집단 행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원칙과 상식'이라는 이름의 당내 모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모임에는 앞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에서 '가결파'로 거론된 이원욱 의원을 필두로 김종민·이상민·조응천 의원 등이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의원은 10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저희와 가까운 의원들이 공동 행동을 할 수 있는 모임을 해보자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며 "개별보다는 (당에 대한) 압박이 발휘될 텐데 (모임) 이름은 '원칙과 상식'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국회의원 거액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 등으로 타격을 입은 당 도덕성 회복, 이 대표의 강성 팬덤(개딸)과 이들을 선동하는 일부 유튜버와의 결별 등을 당면 과제로 보고 이를 위한 가시적인 해결책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공천 학살'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욱 의원은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이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것, 인재위원장을 이 대표가 직접 맡고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대전 대덕) 출마를 준비하는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한 것 등을 거론하며 "이재명 사당화가 완성되는 꼴로 계속 간다고 하면 '너희 나가'라는 것과 진배없는 시그널로 읽히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종민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공천이 역대 당 공천 중에 가장 불공정한 공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탈당 자체, 시점 등을 두고는 비명계 내에서도 이견이 감지된다. 이원욱 의원은 "지금은 탈당을 전제로 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탈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반면 이상민 의원은 7일 CBS라디오에서 "12월 말까지 지켜보는 건 개인적으로 늦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전에 (탈당)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설이 불거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물론 제3지대 신당그룹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는 이러한 비명계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친명계 지도부 관계자는 "자기 입장을 들어주지 않으면 다 친명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내년 선거가 만만한 게 아닌데 친명, 비명이니 하면서 계파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공천은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고 룰도 정해져 있는데, 한참 유리한 지역구 의원이 경선에서 질 것을 걱정해 불공정을 말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내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 그룹을 만들려면 분명한 내용과 지향점이 있어야 하는데 반명 말고는 없다"며 "개딸 때문에 못살겠다, 이 대표가 마음에 안 든다 말고는 없다. 모임이 당이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분명한 지향점이 보여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