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서울시 김포구의 꿈, 변방 해태의 설움

입력 2023-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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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사회경제부장
#. “순창이 아니고 순천이라고. 왜 지방이야. 순천은 시, 도시라고.”

‘해태’는 늘 서러웠다. 친구들이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과 구별을 못 할 때도, 언제 지방에 내려가느냐며 무의식적으로 물을 때도 늘 그랬다. 모름지기 순천은 오래전부터 전남 동부육군에서 인물 자랑하지 말라던 지역으로 유명한데 그걸 모르다니. 인접한 여수 출신 친구에게는 같은 시지만 ‘너넨 백화점도 없잖느냐’는 한 마디로 승리했는데 말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순천 출신 ‘해태’의 에피소드다.

#. “국가나 정부는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용어인데 중앙정부만 정부로 지칭하는 것은 대표적인 중앙집권적 행정문화다.”

김포군수·시장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의 7년전 발언이다. 당시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았던 유 시장이 행정자치부 시절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유 시장은 지방행정기관 명칭이 서울‘지방’경찰청, 인천‘지방’고용노동청처럼 지방을 강조하는 것도 중앙은 월등하고 지방은 하위라는 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앞에서 ‘지방’을 뗀 것은 불과 2년전 경찰법이 개정·시행되면서다. 하지만 아직도 대전‘지방’검찰청,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 많은 행정기관 이름엔 아직도 ‘지방’이란 딱지가 붙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띄운 ‘김포의 서울 편입’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김포뿐 아니라 광명·구리·하남 등 서울과 인접한 지자체들도 들썩인다고 하니 폭발력 측면에서는 ‘한방’ 그 자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화두를 던지고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군불을 땠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치쇼”라는 비판이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 편입 이슈가 쟁점이 되면서 때마침 지방시대 4대 특구 계획을 내놓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머쓱하게 됐다.

정치권의 뜨거운 논쟁과 달리 시민들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서울 편입’ 이슈를 총선용이라고 보는 국민이 68%(전국지표조사)에 달하고, 경기도민 66.3%가 김포 등의 서울 편입에 반대하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포시민마저 찬성(36.3%)보다 반대(61.9%)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도 나왔다.

이해당사자 격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김병수 김포시장, 13일 백경현 구리시장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공동연구반’을 꾸리기로 했다. 이전까지 신중론에 가까웠던 오 시장이 한 발 다가선 것으로 비춰지는데, 서울시는 동시에 ‘동일 생활권 삶의 질 향상 TF’를 구성하면서 인근 지자체와 공동생활권인 주민의 편의성 향상 측면의 연구를 다각도로 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서울은 특별한 도시다. 이름 자체도 서울‘특별’시 아닌가. 출퇴근길 옴짝달싹 못 하는 지하철에 몸을 맡기는 소시민이지만 서울에 산다는 것만으로 ‘특별시민’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방 소멸이 난제지만, 서울로 좁혀도 지역·계층별로 소외되고 돌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 덩치만 키우는 ‘메가 서울’이 됐을 때 또 다른 변방의 ‘해태’들이 느낄 설움을 염려하는 이유다. 주민의 삶의 질에 충실한,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오 시장의 ‘매력 서울’이 ‘메가 서울’로 배가될지도 의문이다.

무릇 정책은 요란하기 보다는 시민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꿰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것처럼 말이다.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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