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중정상회담 논의 중…성사는 장담 못 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페루, 일본, 칠레, 베트남 등과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이날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오늘 연이은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러북 군사협력이 세계 안보에 대한 위협임을 강조하고 규범 질서를 저해하는 불법 협력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차장은 "대화한 상대국마다 공조하는 내용이 다르며, 국가마다 어떻게 협력함으로써 불법 행위를 제한하고 막아야 하는지는 안보 사안"이라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방산, 공급망, 개발 협력,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도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인 칠레와 '핵심 광물 파트너십' 구축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간 대담도 APEC 정상회의 '세션1'이 시작되기 전 약 15분간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무역·투자의 성장 모멘텀을 위해 정부와 기업 간 교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으며, 청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별도의 3자 회동을 갖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임무 수행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덕분에 짐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밝혔다고 김태효 차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대화에서 "한미일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안보와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한 (나의) 철학과 믿음을 미국, 일본 정상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APEC 세션 1' 시작 전 회의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나 악수하고 3분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는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번 APEC 계기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자 시 주석은 "좋은 성과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중이 서로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한덕수 총리를 잘 맞아주고 환대해줘 감사하다"고 말하자, 시 주석은 "한 총리와 멋진 회담을 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 주석과 별도의 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출국 전까지) 내일 하루 일정이 남아 있는데 한중정상회담은 논의 중"이라며 "그러나 양국 정상 일정이 지금 빽빽한 관계로 실제로 이뤄질지 장담 못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 주석이 미국과 일본 정상과는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했는데 한중정상회담은 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은 우선 미국과 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뒤 가용시간에 어떤 나라와 얼마나 컴팩트하게 회담하고 돌아갈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미국 이후 일본과 짧은 회담을 했고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별개 문제"라며 "양국이 전략적 판단을 통해 회담하고 돌아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날 담소에 북한과 러시아의 최근 군사협력 문제가 등장했는지에 대해선 "러북 무기거래는 중국 사안과는 별개로 취급하고 외교를 하고 있다"며 "여러 회담을 했지만, 중국과는 러북 군사협력 문제를 연결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