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맞은 근로자를 기간제 재고용해야 한다는 ‘재고용 기대권’이 각 사업장 관행에 따라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회복지법인 다온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다온은 2020년 요양시설 요양보호사로 근무한 정년(만 60세)을 맞은 A 씨에게 계약종료통지서를 전달했다. A 씨는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하다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다온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 씨에 정년 이후 촉탁직(기간제)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재고용을 거절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이 사건을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A 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다온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고 A 씨는 근무기간 동안 징계를 받거나 시말서를 제출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 체결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다.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느냐는 점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이런 경우 근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 후 재고용될 것이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이 기대권이 인정되면 회사가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간제 재고용을 거절하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심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정년 후 촉탁직 근로계약이 체결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A 씨는 재고용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원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요양시설에서 정년 무렵까지 근무한 근로자 5명 중 A 씨를 제외하고도 2명이 재고용되지 않았다”며 “이런 점 등을 고려하면 A 씨의 정년 규정이 형식에 불과했다거나 다른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온의 사업장에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거나 이에 준하는 관행이 확립됐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 씨 역시 정년 도달 후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것이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