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과 유럽 관리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이 확전되는 것을 막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오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네타냐후 총리를 설득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조건 없이 지지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가자지구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범위와 규모 때문에 고심이 깊다. 특히 현지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1만2000명이 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WSJ 칼럼에서 “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은 중단되어야 하며 폭력을 저지른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썼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표적으로 삼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에 대해 네타냐후 정부에 단속을 기대한다는 명시적 신호를 보내며 압박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비자 금지 등 자체적인 조치 또한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공개적이고 명시적인 첫 경고라고 WSJ는 분석했다.
WSJ는 또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네타냐후 총리가 더 많은 인질 석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도주의적 중단 조치에 동의하도록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면서 “미국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더 긴 휴전에 계속 저항함에 따라 최근 두 지도자 간의 대화가 더욱 긴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은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지구 거버넌스를 가지고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양측 모두 전쟁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궁극적으로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정부가 통치하고 영토가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보장하는 것을 제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우리가 평화와 두 국가 해법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가자와 서안 지구는 하나의 통치 구조하에 재통합돼야 하며 그건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다시 힘을 찾은 뒤에 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직접 관리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전쟁 후에 이스라엘 국경을 따라 가자 내부에 팔레스타인들이 허용되지 않는 ‘완충 지대(킬 존 또는 무인지대)’를 만들고 싶어한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며 “이 제안은 기술적으로 가자지구의 영토를 축소하지는 않지만 이 지역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접근을 제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팔레스타인의 미래상과 관련해 미 정부의 기본 원칙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 불가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의 ‘영역 축소’ 불가 등”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