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량 부족·인력난·수주 방식 등도 원인
“중소형사, 단기간에 침체 벗어나긴 힘들 것”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올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대형 조선사들은 침체기를 지나 반전에 성공했지만,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은 여전히 침체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3분기 대선조선은 19억 원, 케이조선은 5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HJ중공업 역시 같은 기간 41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3분기 누적으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선조선은 877억 원, 케이조선은 107억 원, HJ중공업은 127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긴 불황기를 거쳐 올 3분기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전체 수주 잔량 역시 9월 말 기준 삼 삼성중공업 153척, HD한국조선해양 139척, 한화오션 99척 등으로 2~3년 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불황기를 벗어나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업계 내외로 나왔지만,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은 여전히 불황의 늪을 건너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대형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등 친환경 고부가 선박 위주의 수주를 통해 수익을 개선한 반면, 중소형 조선사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 됐다.
현재 중소형 조선사들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친환경 선박 대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선박 위주로만 수주할 수 있는데, 해당 선박들은 중국 조선사들과 출혈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미 중국 조선사들은 전 세계 벌크선 및 중소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해당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또 중소형 조선사들의 영업손실에는 수주 어려움 이외에도 만성적인 인력난과 헤비테일 수주 방식 등도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형조선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형 조선사들의 올 상반기 수주량은 12만CGT로 전년 동기보다 약 49% 줄었다. 대형 조선사들이 3년 치 일감을 확보하고 고부가 선박 선별 수주에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수주량 감소도 문제지만 선박 인도 시점에 전체 대금의 70~80%를 받는 헤비테일 수주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수주 방식으로 계약하면, 중소형 조선사는 수주 후 최소 18개월 이상 자체 자금으로 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조선업 불황으로 자금이 말라가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선박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크게 치솟는 등 관련 원자재들의 가격마저 상승하며 자금난이 심해졌다.
이미 대선조선은 지난달 12일 한국수출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중소형 조선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력난은 규모를 가리지 않고 국내 조선사 모두의 고민거리이지만, 중소형사의 고민이 더 크다.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을 대형사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데려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이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대형사와 엇비슷한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안 그래도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건비를 대폭 높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대형 조선사와 중소형 조선사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고부가 선박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거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중국 조선사들과의 출혈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밖엔 없다”며 “중소형 조선사 입장에선 두 방법 모두 단기간에 개선하기 쉽지 않은 만큼, 상황이 빠르게 나아지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