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英 국빈 방문, 韓 원전 경쟁력 되찾는 돌파구 되길

입력 2023-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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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영국 국빈 방문길에 올랐다. 한·영 양국은 이번 방문을 통해 탄소중립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소형모듈 원자로(SMR) 개발 프로젝트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대(對)영국 수출은 지난해 기준 63억 달러다. 거래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국이 ‘탄소중립 파트너’ 위상을 정교히 다지고 상호 신뢰를 토대로 구체적 실천에 나선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양국은 국익을 키우면서 지구온난화 대응 전선에서도 모범 사례를 남길 수 있다.

영국은 2019년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표방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이른바 ‘넷제로(탄소중립)’ 선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하지만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 9월 20일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으로 5년 미룬다고 발표해 국제적 파장을 빚었다. 넷제로의 전제조건인 에너지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한 결과다. 한국은 열쇠를 갖고 있다. 원전 분야의 경쟁력이다. 특히 한국형 표준 원전의 우수성은 자타가 인정한다. 양국이 협력하면 극적인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영국의 원전 역사는 한국에 다시 없는 반면교사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자로를 개발한 ‘원전 종주국’이면서도 탈원전을 택해 기술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영국이 원자로 ‘마그녹스’를 만들어 최초로 송전한 것은 1956년이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가동으로 21번째 상업 원전 보유국이 된 한국은 명함도 내밀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날 영국은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국가사회가 길을 잘못 잡으면 천하를 호령하던 종주국도 아쉬운 처지에 빠지는 것이다.

한국 또한 탈원전 폭주를 경험한 나라다. 한국은 2009년 12월 원전 강국인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건설을 수주했다. 5년여 전엔 한때 22조 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를 앞두기도 했다. 하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폭주는 50여 년간 피땀으로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모름지기 공든 탑은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기는 쉬운 법이다. 문 정부는 신규 원전 6기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 14기 수명 연장을 중단했다.

가장 뼈아픈 것은 연구개발, 인재 양성, 기업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원전 생태계가 붕괴 일보 직전에 몰렸던 점이다. 이런 치명적인 오류가 다시 반복되면 특정 산업만이 아니라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데이터 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진상을 명확히 밝힐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전망은 어둡지 않다. 특히 영국은 2050년까지 총 24기가와트(GW) 용량의 원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영의 ‘넷제로’ 협력을 우리 원전 경쟁력을 되살리는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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