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지난 6일 이후 국내 주식 약 3.4조 순매수
순매수 대부분 반도체 주식 쏠려…삼전·SK하닉 상위
이차전지는 개미 순매수vs외인 순매도 베팅 엇갈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이후 국내 증시에서 폭풍 쇼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금지 후 국내 증시를 떠날거란 증권가의 예상과는 다른 행보다. 외인들의 투심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에 쏠렸다.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을 두고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팽팽한 기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지난 6일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약 3조432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외인의 투심은 반도체 관련 주들에 쏠렸다. 외인은 삼성전자를 1조5084억 원, SK하이닉스를 3535억 원 어치 순매수했다. 각각 이 기간 순매수 1,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반도체 업황에 사이클 전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자 적극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마무리 속에 인공지능(AI) 수요와 유례없는 감산으로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고 있다”며 “올해 AI 반도체와 HBM 시장은 호황기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계약가격이 상승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의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DDR4 등 레거시 파운드리 가격 또한 반등하며 재고자산에 대한 충당금이 본격적으로 환입되기 시작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외인의 투심이 두번째로 많이 쏠린 곳은 3935억 원어치를 사들인 하이브로 집계됐다. 해외 시장에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거란 기대감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BTS의 공백기에도 내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구매력이 높은 서구권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만큼 저연차 IP(지식재산권)의 이익 성장이 경쟁사 대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합병 이슈가 있는 셀트리온(1557억 원), 셀트리온 헬스케어(1122억 원)도 순매수 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공매도와 전쟁을 선포하기도 하는 등 그동안 공매도 비율이 높았던 셀트리온의 특성도 공매도 금지 시기와 맞물려 수혜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외인은 에코프로(1055억 원), LG에너지솔루션(904억 원) 등 일부 이차전지주도 사들였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923억 원), 위메이드(914억 원), 카카오(881억 원) 등이 외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초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이차전지 대표 종목에서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차전지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이를 매도해 하락에 베팅하는 등 투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고평가 논란을 딛고 3거래일 연속 상승에 성공하면서 이차전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어떤 투자자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조치 시행일인 이달 6일부터 전날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이차전지 대표 종목인 POSCO홀딩스(2987억 원)로 집계됐다. 또 다른 이차전지 종목인 에코프로머티와 포스코퓨처엠도 각각 2630억 원, 2149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SDI도 1282억 원 순매수했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 1위가 POSCO홀딩스로 2904억 원을 기록했으며 포스코퓨처엠이 2189억 원, 삼성SDI가 1381억 원, 에코프로머티는 1355억 원 등 이차전지 관련주 4종목을 모두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와 완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이차전지 종목을 여전히 고평가로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이차전지 회사들에 대한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투자를 신중히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른바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차전지 대표 종목인 에코프로의 경우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0% 가까이 감소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과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여전히 증시 변동 폭은 큰 상황”이라며 “특히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아직까지 높다는 평가가 많아 개인들이 맹목적인 믿음으로 매수를 하는 것 보다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17일 상장한 에코프로머티가 이차전지 섹터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앞서 고평가 논란도 일었으나 완벽하게 이겨내며 4거래일 연속 상승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도 6조 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