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중단했던 배터리 공장 건설 재개
수요 둔화에 공장 규모는 축소
배터리 광물 가격 폭락에 광산업계 투자도 지연
독일, 신규 지출 중단에 배터리 보조금 비상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시장 확대 등 긍정적인 소식도 나오고 있지만, 업계는 투자와 관련해 예상치 못한 난관에 직면했다.
최근 성장 둔화에도 전기차는 유럽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유럽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10월 유럽연합(EU) 시장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4%를 기록해 13.9%인 디젤을 근소하게 웃돌았다. 누적 점유율에서 전기차가 디젤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전기차의 누적 판매량은 120만 대로 전년 대비 53.1% 증가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상위 3개 시장의 성장과 벨기에, 덴마크 등 주변 시장의 약진이 주효했다.
중국은 저가 전기차 공세에 힘입어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첫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등극할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10월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420만 대로 집계돼 올해 500만 대 수출이 유력하다. 앞서 상반기와 1~3분기 수출에서 일본을 누른 만큼 연간으로도 1위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포드는 9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자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당시 포드는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의 기술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후 건설 중단 계획은 두 달 만에 철회된 것이다. 공장은 2026년 가동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투자가 위축될 위기가 놓였다는 것이다. 일례로 포드 배터리 공장은 인건비 증가와 미국 소비자의 느린 전기차 전환으로 그 규모를 과거 계획했던 것에서 축소했다. 생산량은 35기가와트시(GWh)에서 20GWh로, 고용 인력도 2500명에서 1700명으로 낮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과 코발트, 기타 금속 가격의 놀라운 폭락으로 타격을 입은 광산업체들이 투자를 늦추고 있는 점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시장 육성 계획이 새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배터리 등급 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 60% 이상 하락했고 니켈과 흑연, 코발트는 약 30% 내렸다.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 최대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예상보다 더딘 경제회복이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둔화까지 배터리 광물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지속하는 모양새다.
독일은 연방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재무부가 내년 신규 지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계획에 차질을 빚게 생겼다. 이날 재무부는 모든 연방 부처에 지출 동결을 명령했다. 재무부는 일단 지출 승인을 중단하고 헌재의 판결에 따른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헌재는 쓰지 않고 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예산 600억 유로(약 85조 원)를 친환경 제조와 태양광 발전 확대와 같은 기후변화 대응 예산으로 쓰기로 한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안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무효화했다. 헌재는 기존 부채만 인정한 채 신규 국채 발행에는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보조금부터 철도 네트워크 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로버트 하벡 경제장관은 “이번 판결은 가계와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포함해 다른 특별 자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고위 관리들은 이미 관련 행사들을 취소하는 등 일정 정리에 들어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