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 외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전기요금을 빌미로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이를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고려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무역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수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전기요금 이슈가 상계관세 자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다른 업종으로 번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상계관세는 한국의 전체 수출에 대해 부과되는 것이 아니고 개별 기업, 해당 수출 품목별로 부과된다.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액수 대비 실제로 상계관세가 부과되는 비중이 작은 데다, ‘전기요금’으로 인한 부분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전기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철강기업들에 관한 사례만 들어 전체 기업, 품목에 대해 ‘모든 한국산 수출이 한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수출됐다’고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철강 업종도 기본적으로 전기를 많이 쓰긴 하지만 기업마다 전기로와 고로 비중이 달라 이번 사건으로 받는 영향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전기를 쓰지 않는 산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생산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떤지는 업종, 기업별로 모두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의 상계관세에서 낮은 산업용 전기 요율을 보조금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기요금 인상은 전체 기업의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법원은 국내 전기요금과 관련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상계관세 부과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중소기업계는 이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소기업들도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대기업이 주로 쓴다고 알려졌지만 ‘산업용 을’의 ‘고압 A’는 중소 제조업이 많이 쓴다”며 “특히 주물, 단조, 열처리, 패션, 염색, 석유 가공, 광업 등 뿌리 중소기업들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 기업별로 다르지만, 원가의 15~30%를 전기요금이 차지하는데 이번 인상분이 적다고 할 수 없다”며 “나름대로 중소기업을 배려해준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뿌리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특히 ‘산업용 을’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어려워 중소기업이 주 고객인 ‘산업용 갑’도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된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부담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강 실장은 “납품대금연동제에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상승했을 때도 대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력산업기반기금에 대해서도 “자꾸 전기요금이 올라가니까 부담도 커진다”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폐지나 완화, 감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