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던 감독규제 일관성은 어디에
“해외 기업설명회(IR) 담당자들이 투자자들에게 상생 금융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더라고요. ‘communism finance(공산주의 금융)’라고 설명해야 하나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런던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 은행장들이 대거 합류한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이 때 아닌 ‘상생 금융’ 고민에 빠졌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 지 난감해서다. 그 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규제 리스크. 불과 두 달 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해외 IR에서 약속했던 감독규제 일관성과 정면으로 배치되기도 해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해외 IR를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상생 금융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아내기 위해서다.
이미 이탈은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전일 대비 0.13% 오른 656.0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달간 4.23%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6.6%)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지난주 외국인이 코스피를 8590억 원 순매수한 가운데 은행주는 1170억 원 팔아치웠다. 보통 연말엔 배당 효과로 은행주가 강세를 보이는 데 ‘찬 바람 불 땐 은행주’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횡재세 논란이 금융주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55명의 의원은 이달 은행 등 금융사가 벌어들인 초과이익 일부를 환수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쓰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당국 두 수장도 연일 금융권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불을 지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불과 두 달 전 런던 IR에서 감독규제 일관성을 강조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여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이 원장은 런던 IR에서 “‘K-금융’의 강점은 신뢰성과 혁신성, 개방성”이라고 강조하면서 “금융감독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관련 규정이나 내부 시스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금융사들에 감독 완화 기조를 약속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배당정책 완화 시그널도 줘 한동안 은행주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최근에는 배당정책에 대해 일관되게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약속했던 감독규제 일관성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라며 “과도한 상생 금융으로 배당 등 주주 정책에 역행하고 있어 배임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