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회장 삭발…복지부 “다양한 의견 수렴 필요, 총파업 추진에 유감”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추진할 경우 의료계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와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발표된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는 졸속·부실·불공정한 결과라며, 의료현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의정관계 신뢰를 무너뜨린 정부 책임자를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6일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이러한 의견을 내놨다.
앞서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이해 당사자들의 희망 사항만을 담은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발표해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고 한다. 의료계는 더 이상 이런 정부의 여론몰이를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며 비판했다.
정부는 21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40개 대학 모두 증원 수요를 제출했으며, 수요조사엔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현재보다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2030년에는 최대 3953명의 증원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대학에서 제출받은 수요 조사 결과에 대해 의학교육 점검반을 통해 타당성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부는 의대정 원 증원 여부와 규모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해현장전문가인 의료계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 수요조사에서 과학적‧객관적 분석은 눈에 찾아볼 수 없고, 일방적인 수요조사를 근거로 의대 정원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간 의료계는 필수의료 붕괴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오로지 의대 정원 증원이 모든 해법인 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의협은 의료계와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은 그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온 사항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자, 9.4 의정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의협은 향후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와 파업 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필수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한다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개최 등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면서 “파업에 대한 전 회원 찬반투표를 즉각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필수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삭발을 감행하며 투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20년에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진료거부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전공의 참여율은 80%에 달했고, 의사국가고시 실시시험 응시율도 14%에 그치는 등 젊은 의사들의 투쟁 의지가 컸다. 이번 사안에서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참여 여부가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0년과 달리 단체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17차례에 걸쳐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의협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료소비자 등 국민 모두의 생명·건강과 관련된 국가 정책”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필수의료확충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의협의 총파업 추진에 유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