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장 대표적인 곳이 1·2기 신도시인 분당과 판교다. '준강남'으로 불리고 '천당 아래 분당·판교'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은 다른 곳과 비교해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당·판교는 여느 도시와 비교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 특히 판교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안랩,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대표 IT 기업과 넥슨, 엔씨소프트, 위메이드를 비롯한 게임업체 SK바이오팜, 차바이오텍 같은 바이오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두산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 SK케미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의 기업도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다.
일자리 질이 높을 뿐 아니라 그 수도 많다. 게다가 서울의 핵심 업무지구인 강남으로 이동하기도 좋다는 지리적 장점도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분당과 판교의 자족도는 96%다. 자족도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을 뜻한다. 분당·판교는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을 수용할 정도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다. 일산, 산본, 중동, 파주, 광교 등의 자족도는 50~70% 수준이다. 신분당선을 통해 강남역까지 이동하는 데는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당·판교의 장점은 무엇보다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첨단 IT 기업이 밀집하는 등 주거지뿐 아니라 일자리가 함께 조성돼 자족도시로 자리재김 했다는 것"이라며 "서울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도 분당·판교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성남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인원 규모에 비해 통근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도 분당·판교 지역 내 일자리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기초자치단체별 서울 통근·통학 인원은 고양시가 16만3298명으로 가장 많았고 성남시는 12만8860명으로 두 번째였다. 하지만 지자체 총인구 중 서울 통근 인원 비율은 성남이 13.7%로 광명(20.4%)과 하남(20.2%), 과천(19.9%), 구리(19%), 고양(15.1%), 남양주(14.3%), 의정부(14.2%) 등에 이어 여덟 번째였다.
고소득 일자리가 많다는 것도 집값을 높인 이유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당·판교는 단순히 일자리가 많은 게 아니라 소득 수준이 높은 일자리가 많다"며 "구매 여력이 충분한 수요자들의 요구를 수용할만한 주거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에 높은 집값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분당·판교의 집값은 오름폭이나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모두 높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판교신도시가 속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올해 아파트 ㎡당 평균 매매 가격은 1438만 원(1~11월 기준)으로 2014년 595만 원과 비교해 141.7% 올랐다. 같은 기간 330만 원에서 612만 원이 된 전국 평균 가격 상승률 85.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기간 서울은 평균 587만 원에서 1429만 원으로 143.5% 올랐다.
대표적인 1기 신도시인 일산동구, 2기 신도시인 광교가 속한 수원시 영통구와 비교해도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해당 기간 일산동구는 ㎡당 평균 352만 원에서 661만 원, 수원 영통구는 377만 원에서 828만 원으로 각각 87.8%, 119.3% 뛰었다. 다른 서울 인접 도시인 부천시(94.8%), 광명시(107.7%), 과천시(104%), 구리시(125.3%), 김포시(128.3%)와 비교해도 분당구의 오름폭이 월등하다.
분당 아파트값은 서울 자치구들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분당구의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12억7430만 원으로 서울 전체 평균 10억5090만 원보다 2억 원 이상 비싸다.
자치구별로 봤을 때 분당구보다 매매가격이 높은 곳은 25개 중 강남구(22억788만 원), 서초구(20억2509만 원), 송파구(16억2061만 원), 용산구(16억6489만 원), 성동구(13억1027만 원) 등 5개에 불과하다. 목동이 속한 양천구(11억3924만 원)도 분당구보다 1억 원가량 싸다.
분당구 아파트는 경기도 내 최고가 단지도 독식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27일 기준)에 따르면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38억6000만 원, 전용면적 139㎡)은 올해 경기도 내 최고가 거래 아파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정자동 '파크뷰'(32억 원, 전용 199㎡), 백현동 '알파리움 1단지'(30억2500만 원, 전용 142㎡)와 '판교알파리움 2단지'(30억 원, 전용 142㎡), 정자동 '아이파크 분당'(30억 원, 전용 244㎡)과 '로열팰리스'(26억 원, 전용 244㎡) 등 총 6개 단지가 최고가 톱10에 속한다. 최고가 거래 30위 아파트 중 분당구 단지는 20개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의 재건축을 계기로 분당·판교지역의 집값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송 대표는 "일부 공급 확대가 집값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분당·판교 쪽은 워낙 대기 수요가 많은 데다 20~30년 된 노후 단지가 새로운 집으로 바뀌면서 주택의 질적 향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통과 등의 이벤트가 발생한다고 즉각적으로 급등하기보다 재건축 사업이 구체화할수록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서울 강남지역과 마찬가지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이라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고 불황기에는 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