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식당’ 10개 자치구서 이용 가능
배달 앱으로 주문·반납 신청 ‘한 번에’
2026년까지 ‘제로마켓’ 1000곳 지정
28일 서울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지수(35) 씨는 “아침 출근길마다 커피를 사는데 일회용 컵 말고 텀블러에 담아 주문한다”며 “텀블러를 쓰면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아도 되고, 카페마다 할인을 해주시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아이랑 ‘줍깅(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됐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제로웨이스트 서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서울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마켓’,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카페’,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다회용기에 담아주는 ‘제로식당’으로 크게 나뉜다. 시는 올해 3월부터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카페·식당·청사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특히 ‘제로식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후로 배달 일회용기 사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시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땡겨요 등 3개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협력해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광진구 △서대문구 △동작구 △송파구 △성동구 △용산구 △마포구 총 10곳에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내 제로식당으로 지정된 한식당에서 ‘다회용기’ 방식으로 제육볶음 정식을 주문해보니, 스마트폰을 활용해 주문부터 반납까지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와 비교해보면 다회용기 사용으로 음식물 처리부터 시작해 용기 세척, 분리수거까지 오히려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 앱 내에서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검색하면 인근에 있는 제로식당들이 뜬다. 각양각색의 도시락부터 시작해 족발·보쌈, 초밥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다회용기 방식으로 배달이 가능했다. 특히 배달 앱에서는 다회용기 주문 이후 약 3000원 가량의 할인쿠폰이 지급되며, 탄소중립 1000포인트도 준다.
제육볶음 정식은 포장 가방 안에 스테인리스로 된 다회용기 그릇에 담겨 도시락 형태로 배달됐다. 다회용기 뚜껑을 열어보니 메인 메뉴인 제육볶음부터 시작해 밥, 김치, 단무지 등이 정갈하게 담겨있었다. 일회용기로 시켰다면 도시락 형태의 큰 용기를 포함해 최소 3개가 넘는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하다.
식사 후에는 다회용기를 따로 세척할 필요 없이 포장가방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어 반납 신청하면 끝. 별도 보증금이나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반납된 다회용기는 ‘애벌세척→불림→고온세척→헹굼→건조→살균소독→검사’라는 7단계를 거쳐 세척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회용기 세척과 관련해) 올해부터 유기물 오염도 위생검사를 주 1회 실시하고, 민간 대비 4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시민이 안심하고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일회용품·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소분·리필 방식 등을 적용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 ‘제로마켓’도 늘어나고 있다. 시는 이번 달 198곳의 제로마켓을 신규로 선정했으며, 2026년까지는 제로마켓을 10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제로마켓’ 중 하나인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내 올가홀푸드 명동점은 과일과 채소를 포함한 총 9가지 품목의 신선식품을 무포장 형태로 진열한다. 제품 유통 시에 쓰레기 발생량이 많아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산지에서부터 과일이나 채소는 포장 없이 운반한다. 고객들은 구매하고자 하는 과일이나 채소를 종류나 개수와 상관없이 종이봉투에 담은 후 계산대로 향하면 된다.
제로마켓에는 부득이하게 포장해야 하는 딸기 같은 상품은 종이로 된 박스를 활용하고 있었다. 상점 내에서도 천연 사탕수수로부터 얻은 착즙에서 설탕을 정출하고 남은 최종산물을 활용한 ‘지퍼백’부터 시작해 각종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임정희(52) 씨는 “올가홀 푸드마켓은 시중보다는 가격은 좀 있지만, 품질은 대단히 좋다”라면서 “보통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서 비닐봉지를 쓸 일도 없고, 부득이할 경우 아껴보자는 마음에서 종이봉투를 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