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관광도 개선세 뚜렷
한전, 전기료 인상·에너지 가격 안정에 모처럼 흑자
석유·반도체, 중국 경기·업황 부진에 실적 둔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7일 금융정보업체 퀵(QUICK)·팩트셋의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전 세계 상장 기업 2만5000여 곳의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업종별로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인력 감축과 인터넷 광고 시장 회복 속에서 실적을 견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서 숙박·관광업의 실적 개선세도 뚜렷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마진이 개선된 대형은행, 요금 인상이 이뤄진 전력 업체의 순익 증가 폭도 컸다. 반면 반도체, 기계, 화학, 해운 등은 중국 경기 둔화와 시황 악화로 부진했다.
올해 3분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실적이 회복된 기업 1위에는 독일 천연가스 수입업체 유니퍼가 올랐다. 유니퍼는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5억 달러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가스 가격 하락,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대체 조달 비용 감소 등이 개선에 일조했다. 다만 흑자 폭은 3억 달러로 적었다.
미국 대형 IT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글로벌 순익 증액 순위에서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가 3위, 아마존닷컴이 5위,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7위, 마이크로소프트(MS)가 12위를 각각 기록했다.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과 더불어 인터넷 광고사업이 회복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메타는 9월 말 직원 수가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었다. 알파벳은 검색 연동 광고 매출이 11% 증가했다.
애플은 25위로 경쟁사보다 실적 개선 정도가 약했다. PC 수요 침체로 맥 컴퓨터 부문이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는 한전이 순익 개선액 5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10위에 자리매김했다. 한전은 3분기 전기료 인상과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다만 한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등에 따른 국제유가와 환율의 불확실성으로 흑자 지속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석유와 반도체 기업 실적은 부진했다.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등 석유 메이저들의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었다.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들도 스마트폰·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재고 조정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판매 감소로 적자를 기록했다.
전 세계 기업의 4분기 실적 향방은 미국 경제의 견실함이 얼마나 지속할 지에 달렸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국 S&P500 기업의 4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쳐 5% 늘어났던 3분기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야사쿠 다이스케 수석연구원은 “미국 소비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어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