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2024년 정기 인사가 마무리됐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고,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지동섭 SK온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2일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2021년부터 2년여간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어온 권영수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수주 규모를 500조 원까지 확대했다.
최근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배터리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과감한 세대교체를 택했다.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경영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포스코그룹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권 부회장은 이달 초 ‘배터리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포스코 측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올해 임원 인사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최 대표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최 대표 체제하의 삼성SDI는 프리미엄 라인인 5세대 각형 배터리 ‘P5’를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왔고, 올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률 8.3%로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또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한 덕에 전기차 수요 둔화 문제에서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게 됐다.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력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손 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전고체 전지의 고객향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성능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며, 동시에 다수 완성차 제조사(OEM)들과 양산 과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대교체를, 삼성SDI는 안정을 택한 가운데 지동섭 SK온 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내달 7일께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 대표의 연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은 대규모 투자와 완성차 업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고, 수익성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수율 문제도 크게 개선되며 전 공장이 목표 수준인 80~90%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배터리 업황이 불안정한 만큼 과감한 교체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한 게 변수다. SK온이 3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하며 흑자 전환 시점이 또다시 미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SK온은 올해 4분기에는 수익성 개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가 더해지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