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에 포함된 지역들이 막대한 일자리를 앞세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가와 민간이 손 잡고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신(新)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밸트’로 묶인 경기도 용인시와 화성 동탄신도시, 평택시 일대가 양질의 일자리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이란 겹경사를 맞으며 훈풍을 타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인 경기도 용인, 평택, 동탄 지역에 대한 신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3월 용인 남사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청사진을 발표하고, 7월 용인·평택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등 첨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먼저 용인은 반도체 클러스터의 ’노른자위’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710만㎡ 부지에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SK하이닉스도 120조 원을 투입해 원삼면 일대에 416만5289m² 규모의 클러스터를 만든다. 국토부는 산단이 완전히 들어서면 일대 인구가 4만 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산단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돼 ‘반도체 수도’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LG전자, KG모빌리티 등 수백여개의 기업이 산단을 중심으로 입주해 있다. 내년 들어설 카이스트 평택캠퍼스에는 2031년까지 바이오, 반도체 등 차세대 연구플랫폼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동탄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대표적인 배후주거지로 꼽힌다. 동탄대로, 경부고속도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인접 지역 이동을 위한 교통망도 갖춰져 있다. 여기에 동탄테크노밸리첨단산업단지·화성일반산업단지 등 산단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LG전자, 현대차 연구소, 기아자동차 화성 캠퍼스, 한미약품 연구센터 등 다수의 기업이 입주해 주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 세 지역은 향후 장기적인 도시 확장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동탄이 속한 화성시의 올해 본예산 기준 재정 자립도는 61.1%로, 서울 강남구(60.4%)와 경기 성남시(59.6%)를 앞질렀다. 지역 내 총생산(GRDP)도 81조8802억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창출하는 수익이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가 곧 지역의 재정 자립도로 직결되는 이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정 자립도는 일자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법인이 지불하는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이 지방 재정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라며 “첨단 산업을 영위하고 생산성이 큰 대기업들이 많으면 지역 소득 수준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정부가 산단을 조성하려고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규 일자리에 따른 지역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택시장이 이를 호재로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용인과 평택은 한발 앞서 오른 후 현상 유지 중이고, 동탄은 최근 신고가는 물론 분양 단지가 연달아 흥행하며 매매가가 들썩이는 양상이다.
실제 용인은 올 1월~8월까지 전국 시·군·구 가운데 땅값이 가장 많이 뛴 지역이다. 용인시 처인구의 해당 기간 누계 상승률은 4.47%로, 지난해 동 기간 2.32%보다 갑절 가량 올랐다. 국토부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클러스터가 조성될 이동·남사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평택은 산단 발표 이후 SRT·GTX가 지나가는 지제역 인근에 위치한 신축 단지들이 최고가를 찍고,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동탄신도시의 상승세는 독보적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102㎡은 9월 21억 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의 전용 65㎡는 8월 12억9000만 원, 84㎡는 10월 16억2000만 원에 손바뀜 돼 모두 최고가를 다시 썼다. 화성시 송동에 위치한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전용 116㎡도 지난달 20억 원에 팔려 신고가가 나왔다.
분양시장 역시 훈풍이 불면서 청약통장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화성에 공급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 민영주택 1순위 청약에는 279가구 모집에 10만5179명이 몰려 10월 전국 최고 청약 경쟁률인 3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민주택 분양까지 포함하면 13만6695명이 접수해 올해 최다 청약통장을 수거했다.
이같은 오름세는 동탄1·2신도시에 탄탄하게 구축된 생활 인프라에 더해 내년 3월 조기개통이 결정된 GTX-A(수서~동탄) 수혜지로 부상한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팀장은 “신고가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것”이라며 “용인 남사읍 주변 생활 인프라 구축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주거 편의성이 높은 동탄신도시 신축 아파트들이 신규 발생될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동탄신도시는 일자리가 풍부하고, 교통망도 좋다. 생활 인프라도 탄탄하게 구축돼 있어 GTX-A 개통을 통해 지역 수요와 서울 출퇴근 수요까지 잡을 수 있어 수혜지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 지역의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질의 일자리가 구축돼 지역 경제의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일자리가 늘면 주거 수요가 늘고, 수도권 등 각지에서 신규 유입되는 인구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집값은 장기적으로 신고가에서 우상향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게 중론이다.
김 소장은 “반도체 기업들은 첨단 제조업을 영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좋은 일자리가 들어오면 집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타 지역보다 높은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결국 반도체 클러스터의 투자 규모와 기간이 영향을 줄 텐데,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입한다면 시장에 자극을 줄 만한 요인으로 작용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늘고 집값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