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법제화…억지 논리 펼쳐
파업부추겨 경제 파탄낼까 두려워
김선수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인 2014년 6월 ‘불법파업의 면책특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좌파 매체인 프레시안에 올린 적이 있다. 법원이 쌍용차 노조에 47억 원의 배상판결을 내린 뒤 시민단체 ‘손잡고’가 쌍용차 노조 지원을 위해 ‘노란봉투 캠페인’을 벌이던 시기로 노조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부당성을 지적한 글이다. ‘노동자 목줄 조이는 손배 소송, 어떻게 해결하나/파업권 행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필요’란 제목의 이 기고문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밑그림 격이다.
그는 이 글을 통해 “헌법이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것은 파업을 이유로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나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해 형사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기본권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에는 재산권도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노동권 보호를 위해 손배청구를 참으라는 것은 노동자 세상을 꿈꾸는 구시대적 사고에 다름아니다.
노동기본권을 천부의 권리처럼 인정해 불법파업을 눈감아 준다면 우리나라 산업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는 불법파업에 대한 노조의 면책특권으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2000건이 넘는 노조의 파업에 시달렸지만 1980년대 대처의 노동개혁으로 ‘면책특권’이 박탈되면서 산업현장이 안정을 찾았다.
김 변호사는 대법관이 된 후 자신이 주장하던 논리를 판결에 반영했다. 지난해 11월 김 대법관을 포함한 4명이 참여한 대법원의 쌍용차 옥쇄파업 최종심에서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무법천지를 만든 불법파업에 대해 10억 원대 손해배상을 판결한 1·2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과잉 진압’은 위법이기에 노조의 폭력적 파업은 ‘정당방위’라는 희한한 법리를 들이댔다. ‘기본권을 휘두르는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손배책임을 묻지 말고 감수하라’는 그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판결이다.
당시엔 쌍용차가 망해가는 상황이어서 정리해고는 당연시됐고 이에 반발하는 노조의 파업에 비난여론이 높았다. 대법원에서도 2014년 정리해고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더구나 공권력의 평택공장 진압 작전은 신중하게 이루어져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공장 안에는 인화물질로 가득했지만 큰 불상사 없이 파업사태가 마무리됐고 다음날 노사협상까지 타결됐다. 오죽했으면 노조 우군세력인 강기갑 당시 민노당 대표까지 “눈물 어린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고 했을까. 그럼에도 대법원은 노조의 폭력적인 불법파업에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야당이 추진하던 ‘노란봉투법’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쌍용차 판결은 노동사건을 다루는 다른 대법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가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조원 4명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난 6월 “불법파업에 참가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불법행위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현대차가 승소한 항소심을 파기해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기업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노조원별로 파업 가담 정도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노란봉투법 지원 판결이란 비판을 받았다.
김 대법관의 글은 지금 ‘노란봉투법’으로 환생해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내용은 많이 다듬어지고 정교해졌지만 쟁의행위권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하청에 대한 사용자 개념 확대 등 노조 파업을 부추길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좌파 진영은 지금 정치권 법조계 학계 언론 시민단체 등이 똘똘 뭉쳐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팩트를 왜곡하고 억지논리를 펼치며 여론조작도 마다하지 않는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우리나라보다 쟁의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나 좌파 세력들은 ‘외국에선 파업권 행사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식으로 우긴다.
진보 판사와 야당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대통령의 결정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대통령이 거부권만 행사하지 않으면 곧바로 시행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경제 대국에서 노란봉투법을 시행한다는 것은 경제를 파탄내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산업현장이 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