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허용하는 석유사업법 산자위 통과…법사위·본회의 남아
제도적 인센티브 확대 요구 목소리도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일부 국가에서 SAF 사용을 이미 의무화하는 등 우리나라가 시장에 뒤처진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전체 회의를 열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이 없었던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 정유사가 정제 시설에서 SAF를 생산하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현행 석유사업법은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연료유 △석탄액화연료유 △천연역청유 △유화연료유 △가스액화연료유 △디메틸에테르연료유 △바이오가스연료 등만 석유대체연료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석유대체연료의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친환경 정제원료는 ‘석유에서 유래한 것을 재활용하거나 생물유기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석유정제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한 것’으로 규정했다.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UCO) 등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SAF를 석유대체연료에 포함시킨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정유사들이 SAF를 생산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에 따라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입법을 마친다면 국내 SAF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SAF가 주목받는 이유는 SAF가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는 ‘친환경 항공유’이기 때문이다. SAF 활용 시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항공기의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수요량은 2025년 80억 톤(t)에서 2050년 4490억 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2019년 항공유 소모량이 3500톤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2050년에는 전체 항공유의 78%가 SAF로 대체되는 것이다.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 활성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은 이미 항공기에 SAF 급유를 의무화하거나 SAF에 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에서도 SAF를 활용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 외에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 4월 항공 분야 탈탄소 대책을 담은 ‘리퓨얼EU(REFuel EU)’의 새 규정을 마련했다. 규정에 따르면 2025년부터 EU 27개국 전역 공항은 항공기 급유 시 등유를 기반으로 한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EU보다 한발 앞선 2022년부터 항공유에 SAF를 1% 이상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SAF 의무 포함 비율은 2025년 2%를 시작으로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 꾸준히 확대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항공사의 SAF의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도록 강제하는 셈이다.
미국은 2010년부터 모든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를 대상으로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제(RFS)’를 시행해 신재생연료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내년까지 미국에서 사용·판매되는 SAF 1갤런(약 3.8리터)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이에 더해 유엔(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역시 지난달 2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3차 항공 및 대체연료 회의’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 줄이겠다는 공동 목표를 채택했다.
이처럼 SAF의 수요가 증가하며 SAF를 공급할 수 있는 공항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전 세계 ‘SAF 공급 가능 공항’은 2019년 26곳에서 2020년 32곳, 2021년 71곳, 2022년 98곳, 2023년 110곳 등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히 대부분의 SAF 공급 공항은 SAF 의무화를 앞둔 유럽과 SAF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에 집중돼있다. 인접 국가인 일본에는 2곳(나리타·하네다 공항), 중국에도 2곳(닝보, 톈진 공항)의 SAF 공급 가능 공항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SAF를 공급할 수 있는 공항이 단 한 곳도 없다. SAF 역시 항공유의 일종으로 공급 체계만 갖춰지면 현재 인프라로도 SAF 공급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생산·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공항 중 가장 규모가 큰 인천국제공항 역시 SAF 공급 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내 공급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국내 공항이 SAF를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별 항공사가 먼저 움직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 일반 항공유보다 비싼 가격도 SAF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SAF 단가는 일반 항공유에 비해 3~4배 가량 비싸다”며 “유럽·미국 등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 공급을 위해서는 안정성, 동력 성능 등에 대한 추가적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써는 항공사가 SAF를 굳이 급유해야 할 유인이 적다. 세제 혜택 등 별도의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