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성공 시 민간 공동 매각 매 분기 정례화할 예정”
유찰 가능성도…한 NPL업체서 1200억 규모 ‘독식’ 아닌 탓
저축은행업계가 29일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NPL) 공동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연채 채권 정리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2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통째로 매각하는 것이 아닌 저축은행과 NPL 매입회사가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만큼 매각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이날 오후 2시 1200억 원 규모의 개인 무담보 NPL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19개 저축은행이 연채채권 공동 매각 의사를 밝혔고, 삼정·삼일·한영회계법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채권 매각가를 산정했다.
민간 NPL 업체 중에서는 우리F&I와 대신F&I 두 곳이 경쟁입찰에 참여했다. 두 NPL업체는 저축은행별 개인 무담보 부실채권의 연체 기간, 채권 규모, 차주의 신용도, 회생계획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가치를 평가한 상태다. 이날 두 NPL 업체는 부실채권을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저축은행들에 채권 매입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이 성사되면 저축은행업계는 내부적인 판단을 거쳐 이르면 12월 첫째 주 실제 거래 계약을 이행하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공동매각이 성사되면 향후 업권 내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 민간 공동매각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분기마다 공동 매각을 진행해 업권 전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음 달 중 결정되는 실질적인 매각 규모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을 경우, 더 많은 저축은행과 NPL 매입회사가 공동매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하나F&I·키움F&I·유암코 등 NPL 회사들은 저축은행이 내놓은 부실 채권이 어떤 자산인지 살피기 위해 900만 원 대의 정보 이용료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F&I 관계자는 “우리·대신F&I의 입찰 진행 상황을 보고 내년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우리·대신F&I가 내놓은 입찰 가격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보다 높아도 실질적인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들 NPL사 중 한 곳이 1200억 규모 부실채권을 전부 매입하는 ‘승자독식’의 형태가 아니라서다. 두 NPL 회사가 가격을 제시하고 이에 동의한 저축은행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매각이 최종 성사된다.
저축은행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별로 매각하겠다고 하는 채권의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19개사 간 매각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오늘 입찰에서 F&I가 제시하는 가격을 보고 저축은행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채권의 유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종 낙찰되는 저축은행의 수와 채권 규모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저축은행이 내놓은 부실채권은 연체 기간이 짧고 상환 가능성이 커 NPL 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가격이 높게 책정됐지만, B저축은행이 내놓은 부실채권은 연체 기간이 긴 탓에 매각 가격이 A사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다. 이 경우 A사는 매각에 나서고 B사는 매각을 포기할 수 있다.
개별 계약을 통해 매입할 수 있는 부실채권 규모가 작다고 판단되면 NPL 업체 쪽에서 매입을 포기할 수 있다. 입찰에 참여한 19개 저축은행에는 개인신용대출 취급 비율이 높은 중소형사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대형사보다 매각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NPL 업체들은 최소 400억~500억 원규모는 돼야 평가 비용 등을 고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보도 없다 보니 100억~200억 원 수준의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서 채권 평가에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