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지 않은데 심심한 사과라는 게 뭐죠?”, “금일이 금요일 아닌가요?”, “중식 제공인데 왜 중국 음식이 나오지 않는거죠”
초중고 학생들의 문해력 결핍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다.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정작 내용은 이해하지 못해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서다. 문해력은 모든 과목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학습 도구다. 초등 수학 문제조차 문해력이 부족하면 풀이가 어렵다. 이에 교육업계에서도 문해력에 취약한 세대를 공략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 진학사가 Z세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주변 혹은 또래 중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37%에 달한다. 반대로 ‘적다’고 답한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Z세대의 문해력 부족은 간단한 테스트로도 잘 드러난다. 매우 깊은 사과를 의미하는 ‘심심한 사과’의 뜻을 만춘 비중은 55%에 그쳤다. 사흘 후를 뜻하는 ‘글피’에 대한 정답률도 60% 남짓이다.
이러한 문해력 저하는 코로나 이후 더 심각해졌다.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습 격차가 더 벌어진 데다 영상 매체 이용 증가 등이 영향을 키웠다. 응답자 70%는 여러 매체 중 유튜브와 숏폼 등 영상 콘텐츠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했다. 반면 책과 신문 등 인쇄물 선호 비중은 3%에 그쳤다. 문해력을 키워주는 독서와 관련해서도 1년에 책을 1~3권 읽는다는 비중이 39%로 가장 높았으며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비중 16%가 됐다.
문해력 학습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교육업계도 관련 콘텐츠 개발과 제공공에 나서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최근 전 과목 AI 학습 플랫폼 ‘웅진스마트올’에 문해력 전문 솔루션 ‘모두의 문해력’을 오픈했다. 문해력 권위자 조병영 한양대학교 교수가 기획과 개발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리큘럼은 수준에 따라 초·중·고급으로 나뉘며 총 300차시로 구성돼 있다. 학습을 시작하기 전 인공지능(AI)이 어휘력, 읽기 유창성 등 아이들의 문해력 수준을 진단한 뒤 맞춤형 학습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각 차시의 학습시간은 15~20분 정도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문해력을 향상할 수 있다. 또 글, 문제를 이해한 과정을 되짚어 보며 사고를 확장하는 ‘리즈닝’ 활동, 알고 있는 어휘를 재확인하는 ‘메타인지’ 활동, 다양한 문장 속 맥락을 통해 단어 이해도를 점검하는 ‘어휘 파악 전략’ 등을 통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초등 및 중등 대상 국어, 논술·수학 프리미엄 학원 ‘문해와 수리’를 열었다. 교육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문해력과 사고력 향상에 특화된 학습 콘텐츠를 선보이는 학원이다. 커리큘럼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최근 20년간 수능에서 출제된 모든 개념, 배경지식을 접목해 주입식 공부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구조적, 수학적 사고력 맞춤 교육으로 구성했다. 최근에는 교육 커리큘럼에 학습·행동 관리 프로그램을 접목한 학생 개별 맞춤 학습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재능교육은 ‘재능스스로국어’를 초등 1, 2학년 아이들의 ‘문해력 키우기’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며 이투스에듀는 초등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돕는 한자 어휘 문제집 ‘똑독 초등 한자 어휘’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생들 또한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문해력 없이 학년이 올라가면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 학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독해에 필요한 학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