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준안 만들어 소비자간 분쟁 대처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에 대규모 금융 분쟁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배상 기준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이 났을 때 판매기관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을 경우에 대한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어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에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에서 대표 민원 사례에 대한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면 이를 근거로 금융회사들이 자율 조정에 나서는 방식이다. H지수 ELS 분쟁조정에 대해 배상기준안 방식이 적용될 경우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이후 두 번째다.
금융 분쟁 조정은 건마다 대응하는 단건 처리가 원칙이다. 하지만 이전 DLF(파생결합상품)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등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서 금감원은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당국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에 따른 기본 배상비율을 정한 뒤 투자자의 자기 책임 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내놓게 된다. 특히 이전에 동일한 ELS에 가입한 전력이 있는지, 고난도·고위험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는 고령자인지 등이 고려돼 최종 배상비율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H지수 ELS의 경우 재가입자와 고령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종 배상비율을 정하는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DLF 배상비율 기준안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에는 5%포인트(p), 80세 이상은 10%p가 가산돼 배상비율이 정해졌으며 금융투자상품 거래 경험이 많거나 거래금액이 크다면 은행의 책임 감경 사유가 된다.
은행들은 녹취 및 자필서명 등을 강화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재가입율이 높고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형인데다 워낙 오랜 기간 대중적으로 판매된 상품이라 불완전판매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떠나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상품을 은행 창구에서 권유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면서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은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 기한을 지난 1일로 예정했다가 이번 주까지로 연장했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자세히 조사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인 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