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반발 자국 기업에도 일침 “안보, 단기 매출보다 중요”
중국, 화웨이 중심으로 자급자족 본격화
창신, 중국 최초 LPDDR5 D램 생산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갖게 놔둘 수 없다”며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의회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 예산은 2억 달러(약 2598억 원)다. 전투기 몇 대 비용과 같은 수준”이라며 “우리가 (중국 반도체 개발에) 진지하다면 필요한 만큼 자금을 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자국 기업에 일침도 가했다. 그는 “매출을 잃고 짜증이 난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것은 단기 매출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의 발언은 화웨이테크놀로지가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부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왔다. 앞서 블룸버그는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선봉으로 화웨이를 낙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9월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그러자 미국 내에서는 대중국 수출 규제에 빈틈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켄드라 셰퍼 파트너는 “미국의 수출통제로 인해 중국 정부와 업계가 전례 없는 방식으로 통합했다”며 “이제 화웨이가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 D램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주 자국 최초의 ‘LPDDR5(Low Power Double Data Rate 5)’ D램을 생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모바일용 저전력 반도체 메모리인 이 칩은 2018년 삼성전자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으며 이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됐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차세대 고급 모바일 메모리 칩을 개발함으로써 한국, 미국 경쟁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미국이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수입 부품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 인공지능(AI) 칩 스타트업 비런테크놀로지는 광둥성 지방정부와 연계된 투자자로부터 20억 위안(약 3645억 원)의 자금조달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런은 지난해 10월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제재 타깃이 됐지만, 바이두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통제로 반도체 조달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수요를 맞출 대안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