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통화정책 전달에 도움될 것 기대
전 세계 약 60% 국가, 발행 모색
기존 통화로 충분하다는 지적과
세계 경제 분열 일으킨다는 경고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이 초기 단계를 지남에 따라 향후 경제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 위기, 인플레이션, 긴축 등으로 높아진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과 기존의 통화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CBDC 개발이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고 발표하면서 CBDC 핸드북을 발간했다. 핸드북에는 상품 개발 가이드부터 통화정책과의 연관성, 자본 흐름 관리 등 CBDC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세분화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IMF는 CBDC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IMF는 “CBDC가 적절히 설계되면 통화정책을 전달하는 채널을 잠재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며 “이는 CBDC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금융시장 스트레스 환경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CBDC는 금융 포용성을 강화하고 자국 통화를 달러나 가상자산(가상화폐)으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 세계에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붐을 일으키면서 CBDC 존재감은 커졌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 약 60% 국가가 CBDC 발행을 모색하고 있다. CBDC는 기본적으로 기존 통화와 1대 1 비율로 고정된 법정화폐의 디지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이 발행한 CBDC는 종이 달러와 가치가 같은 디지털 달러가 되는 셈이다.
물론 시장에는 이미 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스테이블 코인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CBDC는 법정통화로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분산형 P2P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가상자산과 달리 CBDC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관리한다. 이는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처럼 은행 지점이나 안전한 현금 보관 장소가 부족한 곳에 향상된 금융 포용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MF가 언급했듯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우위를 가진다. 중앙은행은 CBDC를 통해 자금 흐름을 더 수월하게 추적하고 금융 환경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CBDC는 실질 금리와 통화 거래 비용을 낮출 것으로도 전망된다.
다만 한계도 여전히 남아있다. 마스터카드는 지금의 전통적 통화로도 충분한 상황이라 CBDC의 광범위한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마스터카드의 아쇼크 벤카테스와란 아시아태평양 가상자산 대표는 최근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오늘날 많은 중앙은행은 CBDC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지금과 같은 유형의 통화를 사용하는데 너무 익숙한 상황이어서 CBDC의 광범위한 사용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로 싱가포르를 들었다. 그는 “싱가포르는 매우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그곳에서 소매 결제로 CBDC를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은행간 결제에 쓰일 도매용 CBDC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CBDC가 자칫 세계 경제를 분열시키고 달러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헝 트란 선임 연구원은 “단기적 시나리오에선 CBDC가 지정학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들 사이에서만 상호 운용되는 동시에 기타 국가에 대해서는 울타리를 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 마찰과 비효율성을 일으키고 결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비용을 부과해 세계 경제를 더 분열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환거래에서 달러 수요가 줄면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량도 감소할 수 있다”며 “미국이 글로벌 기축통화의 역할을 유지하려면 이제 세계 경제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