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반도체 제외 대중 수출액 누적규모 804억 달러…연간 1000억 달러 밑돌 듯
31년 만에 대중 무역적자 예상…“中,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 수입유발효과 축소”
한국은행이 우리나라가 수출 부문에서 과거처럼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의 무역이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만큼 한은의 이번 연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한은 조사국이 발간한 ‘중국 성장구조 전화 과정과 파급영향 점검’ 및 ‘최근 수출 개선 흐름 점검 및 향후 지속가능성 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對中) 수출액(누적 기준)은 804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912억 달러) 이후 3년 만에 1000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對中) 월평균 수출액은 11월에 78억 달러로 전월(76억 달러)과 유사했다. 대중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는 있으나 반도체 이외 수출액은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흐름이다. 지난달까지 올해 들어 대중 수출액(누적 기준)은 114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도에는 15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위주의 투자에서 소비와 첨단산업으로 성장 엔진을 전환하는 리밸런싱을 추진했다. 이에 일환으로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해왔으며 이에 따라 전기차·이차전지·태양광 등 신성장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연구팀은 중국의 성장구조 전환으로 부동산 투자 위축,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을 초래함으로써 중국 내에서 성장에 따른 수입유발효과도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수입유발효과가 높은 중국의 투자가 축소되고 기술 개발 등으로 중간재 수입도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의 대중 수출이 과거에 비해 감소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우리 경제는 중국 경제의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고 기술경쟁력 제고로 경합도가 상승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중국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의 무역이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목을 끌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172억7180만 달러다. 이달 말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200억 달러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는 1992년(10억7130만 달러 적자) 이후 31년 만이다.
한은은 중국 수출의 둔화 흐름을 내년 경기전망 지표에도 전제로 반영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을 2.1%로 전망했다. 이 중에 재화수출은 3.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중 수출 변화에 대한 부분도 반영한 수치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했을 때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차이가 났다. OECD는 내년에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대한 순수출 기여도를 0.9%포인트(p)로 분석했다. 한은이 전망한 순수출 기여도 0.4%포인트보다 높은 수치다. OCED는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전망을 바탕으로 이 같은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기술수준과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상품시장에서도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우리 경제는 중국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을 소비재 중심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술개발을 통해 수출품의 대외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아울러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대중 수출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가운데 아세안5(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인도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적인 요인 외에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과은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도 우리 수출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연구팀은 “미국은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가 점차 둔화되겠으나 투자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향후 대(對)미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중국의 경우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산업구조 고도화로 자급률도 상승하고 있어 대중수출이 과거와 같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흥국 경기가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특히 아세안5와 인도는 중국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점차 대체하면서 향후 우리 수출에서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수출이 글로벌 고금리 영향이 이어지겠으나 반도체 경기 개선, 신성장 산업 관련 주요국 투자 확대 등으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우리 반도체 수출은 AI 관련 수요 증가로 고대역·고용량 제품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그간 부진하였던 PC·스마트폰 등의 수요도 점차 살아나면서 개선 모멘텀이 강화될 전망”이라며 “과거 회복기를 보면 우리 반도체 수출이 평균 약 28개월 동안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수출과 성장세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성장산업 관련 미국?EU 등의 투자 확대도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세안5는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우리 수출도 반도체·화공품·석유제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