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쿠데타”…미스유니버스 1등에 ‘반역죄’ 꺼낸 이 나라

입력 2023-12-0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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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엘살바도르 수도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대회에서 우승한 미스 니카라과 셰이니스 팔라시오스. 출처=AFP연합뉴스
중남미 소국 니카라과 정부가 미스 니카라과 미인대회 감독을 반역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측은 정권 전복을 위해 반정부 성향의 여성을 의도적으로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우승시켰다고 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니카라과 경찰은 1일 밤 미인대회 감독인 카렌 셀레베르티를 반역·조직범죄·증오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니카라과 경찰은 성명을 통해 “미스유니버스 감독인 카렌 셀레베르티와 그의 가족은 아무런 상관없는 미인대회를 정치적 함정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셀레베르티를 입국 금지 조치하고 그의 남편과 아들을 구금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8일 엘셀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제72회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미스 니카라과 셰이니스 팔라시오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한 이후 발생했다.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팔라시오스의 우승 직후 정부 성명을 통해 우승을 축하했다. 현지 시민들도 거리로 나와 경적을 울리고 국가를 부르는 등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하지만 팔라시오스가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뒤 상황은 급변했다. 팔라시오스는 오르테가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부통령 등 정부 관계자는 팔라시오스는 물론 그녀의 우승을 축하하는 야권 인사를 ‘테러리스트’이자 악의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의 아내이자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는 “미스유니버스를 축하한다는 구실로 파괴적인 도발을 계획하는 쿠데타 음모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긴장한 오르테가 정부가 축하 행사를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반독재 투쟁 이력을 내세워 대통령이 된 오르테가는 통산 20년 넘게 집권 중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오르테가 정권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미스유니버스 감독에게 적용된 혐의는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라고 지적했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니카라과는 중남미의 북한”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오르데가 대통령은 좌파 게릴라 출신으로 43년간 독재 통치를 벌인 소모사 정권을 물리치고 198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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