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기촉법’ 상시화 절실하다

입력 2023-1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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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인플레로 인해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다. 대법원 10월 통계(11월 16일 기준)에 따르면, 법인파산은 현재까지 1363건으로 전년 대비 66.83% 증가하였다. 공시된 회생법원별로 보면, 서울(558건), 수원(254건), 대구(178건) 순으로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도 도산행렬은 골고루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도산의 외부 원인은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그러나 결국 기업이 도산의 실질적 책임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기업은 외부의 도전적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조직이기에 더욱 그렇다.

건설업계 부실 심해…방치하면 줄도산

부실 기업은 코로나19 시기에 기업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차입하여 경영함으로써 불경기에 이자를 포함한 채무상환 능력이 없거나 떨어지게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로나가 크게 유행할 때 가계와 소상공인들은 많이 파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생각보다 많이 도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회사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파산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결과적으로 파산 선고가 나기까지 긴 시간차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정부가 기업에 금융지원을 조치함으로써 부도를 늦추도록 한 측면이 있다.

특히 부실한 부문은 건설업계다. 기존에 건실했던 중견건설회사도 부동산경기 하락과 고금리로 잇달아 파산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이자 보상 배율이 1 미만인 건설 기업은 929곳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고, 3년째 1 미만인 한계기업은 387곳으로 19%를 기록했다. ‘이자 보상 배율’이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 미만이면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많아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평가받는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파산할 기업, 즉 부도 위험이 큰 한계기업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내년도 국내경제는 2.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많은 기업은 수익성 악화와 주문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부족에 따른 주문부족이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이 더 그렇다. 내수 부족에는 팽창적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기업의 부실 위험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먼저 한계기업과 성장기업을 구별해 경쟁력과 성장력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거나 유동성을 지원하고, 가망이 없는 부실한 기업은 조기에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부실기업을 파산시킴으로써 나머지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흑자도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 통해 기업정상화 유도를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 없이 상시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촉법은 위기에 몰린 기업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매번 일몰과 연장을 되풀이하지 말고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관련 법안의 상시화가 필요하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채권단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다. 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된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의 성공사례는 위기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마당에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나머지 채권단(25%)의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소지를 근거로 기촉법의 일몰 연장에 반대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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