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국내 상장사의 이사회 독립성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보유한 회사 비율이 고작 9%에 불과해 다양성 측면에서도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조사됐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를 최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독립성 관련 지표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비율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34%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은 자산 총액이 1조 원 이상인 267개 비(非)금융업 코스피 상장사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산 2조 원 이상은 142개, 1조 원 이상 2조 원 미만은 125개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회사라도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는 42%로 절반에 못 미쳤다. 오히려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는 경우가 46%로 더 높았다. 거버넌스센터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다고 하더라도 독립적 감시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ESG기준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해 공시할 것을 권고한다. 선임사외이사는 의장과 별도로 사외이사회 소집 권한을 가지며 사외이사의 의견을 집약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 가운데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한 회사는 단 5%였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은 회사 가운데 선임사외이사를 둔 회사는 4곳에 그쳤다.
또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회의가 권고되지만,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회의를 한번이라도 열었다고 공시한 회사는 24%에 불과했다.
장온균 거버넌스센터장은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회의를 통해 회사 이슈나 우려 사항을 비교적 자유롭게 논의하고 공유할 수 있다”며 “회의 빈도와 시간을 검토해 실효성 있는 회의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사회 구성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다양성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의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보유한 회사는 9%로 집계됐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할 수 없다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성 이사의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여성 이사의 비율은 회사 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자산총액 2조 원 미만의 회사는 여성 이사 비율이 5%(감사위원회 설치 회사), 3%(감사위원회 미설치 회사)로 나타났다. 사내이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2.1%~3.4%로 이보다 더 낮았다. 기업 내부에서 여성 이사 후보군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장 센터장은 “유럽과 한국의 이런 제도 차이가 여성 이사 비율의 큰 격차에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현황과 제도 동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