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 결과 발표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경 등 관계 기관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생존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조기 퇴근하는 등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피살·소각 이후에도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객관적·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안보실, 국방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경은 1년 9개월만인 지난해 6월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 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감사 결과, 안보실 등 관계 기관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생존했을 당시 상황을 보고‧전파하지 않았고, 조기 퇴근·대북전통문 미발송 등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보실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오후 5시 18분경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된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상황을 전파하지 않았고, 위기상황의 심각성 평가 및 대응 방향 검토 등을 위한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 이 씨는 실종 이후 약 38시간 동안 바다에서 표류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는데도 북한이 구조하지 않은 채 장시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한이 이 씨를 구조하면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된다고 판단하고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당일 오후 7시 30분경에 퇴근했고, 안보실장과 안보실 1차장도 이전에 퇴근했다. 해경과 중부청은 오후 6시경 안보실로부터 발견 정황을 전달받고도 '보안 유지'를 사유로 관련 규정에 따라 발견 위치에 대한 추가 정보를 파악하거나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수색구조에 필요한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 씨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국방부가 안보실의 지침 하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합참에 비밀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씨의 발견 사실을 보고받은 다음 날인 9월 23일 오전 1시 개최된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서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하자 2시 30분경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합참은 3시 30분경 밈스(MIMS·군사정보체계) 운용 담당 실무자를 사무실로 나오게 해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보고서(보존 기간이 영구로 되어 있는 비밀자료) 60건을 삭제했으며, 이후에도 보안 유지 등을 사유로 사건과 관련해 생산한 비밀자료 123건을 밈스 등에 탑재하지 않은 채 삭제했다.
서해 공무원이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이후 국방부 등은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군 첩보에도 없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해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보실과 국방부는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정한 후 합참에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한 정보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9월 24일 개최되는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관계 기관은 미확인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9월 29일 2차 중간수사결과에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충동' 등 수사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월북 동기로 작성해 발표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국방부 등 3개 기관의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주의요구와 비위 내용을 통보하고, 안보실 등 6개 기관에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하는 등 엄중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5개 기관의 총 20명을 대검찰청에 수사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