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 보험료 비싼 고급차 혜택
안전운전할인특약 축소 가능성
"서민 우대 할인특약 더 효과적"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일괄적으로 큰 폭의 조정이 오히려 우량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손해율 상승 시 할인특약 등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운전자들이 체감하기에 한계가 있는 자보료 인하보다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서민우대할인 특약, 특별할인 등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상생금융’에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역대급 실적과 손해율 개선, 상생금융 압박으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금융당국이 주문하고 업계에서 추정하는 자동차보험료율 인하 폭은 대략 2.5~3%대 내외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올해 1~9월까지 국내 53개 보험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1조422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7.2%(3조6613억 원) 급증했다. 특히 손보사의 경우 같은 기간 7조232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5.8%(2조2057억 원) 뛰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9년 92.8%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 추세다. 2021년부터는 합산비율도 100% 미만이다.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다.
손보사들도 자보료 인하 요인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분위기지만 일괄적인 큰 폭의 인하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고급 차량 운전으로 자차 보험료가 비싼 가입자들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손보사들은 그간 보험료를 조정할 때 자차 담보는 내리고 기본 담보는 올리는 식으로 요율을 맞춰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해율이 좋은 자차 담보는 내릴 수 있는 여력이 많았다”며 “내 차를 고치니까 차주들이 보험금을 잘 안쓰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손해율이 높아졌을 때 안전운전할인특약이 축소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2~3년간 손해율이 안정되면서 우량 운전자들에 대한 혜택이 확대되는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면 혜택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게 되고 우량 운전자들이 받던 혜택도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안전운전할인특약의 할인율이 손해율이 악화된 2019년에는 회사별로 4~5% 수준에 머물렀으나, 현재 회사 및 가입조건에 따라 최대 16%에 이른다. 안전운전할인특약은 2016년 DB손해보험이 SK텔레콤과 제휴해 최초로 출시한 후 2017년과 2018년에는 대형사만 판매했다. 초기 할인율은 8% 수준이었다.
중복 가입이 안됐던 안전운전할인특약과 마일리지할인특약이 지난해부터 가능해지면서 보험료 할인이 대폭 확대된 점도 손해율 호조의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있는 서민우대할인특약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민우대할인특약은 저소득계층 등 경제적 약자에 한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저소득계층, 장애인 가운데 중고자동차(5년 이상) 소유자가 대상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연 3∼8%가량 할인된다. 보험사들은 2011년 3월부터 저소득계층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특약 형태로 판매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대부분의 고객들은 해당 상품이 있는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평균 보험료가 60만 원 안팎으로, 2.5% 할인이 적용돼도 할인금액은 1만5000원 수준에 불과해 체감하기 쉽지 않다”면서 “취약계층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민우대할인특약의 대상이나 할인율을 확대하거나, 취약계층이 1년동안 무사고일 경우 특별할인을 적용하는 방식 등의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