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내주 '최종결단' 예고…'신당설' 이낙연도 변수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투표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고 현역의원 공천 페널티를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확정하자 비명(비이재명)계가 술렁이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이유에서다. 비명계의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팬덤정치' 결별 요구도 사실상 거부된 만큼,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비주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러한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7일 중앙위원회에서 찬성 67.55%(반대 32.45%)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 반영비율을 현행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줄이고 총선에서 선출직공직자 하위평가 10%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친명계는 격차가 상당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등가성을 일정 부분 맞춰 당원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비명계는 개딸을 거느린 이 대표의 당권 연장 포석이라고 의심한다. '현역 감점' 룰도 공천 과정에서 자신들을 솎아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총선 마치면 곧장 전당대회가 다가오는데 '포스트 이재명 체제', 혹은 '이재명 중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며 "(공천 룰 개정은) '미운털 박히면 확실하게 손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공정한 경선의 상징처럼 여겨온 시스템 공천을 어겼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말했다. 시스템 공천을 위해 당헌당규상 1년 전 룰을 확정하기로 한 원칙을 이번 개정으로 깼다는 지적이다.
윤영찬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하위 20%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고 우리 당이 정한 기조였는데 갑자기 10% 더 높인다는 건 그 범위 내 들어갈 가능성 높은 의원을 공천에서 사실상 탈락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원욱 의원과 함께 비명계 의원모임 '원칙과상식'에서 활동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현 시점까진 탈당에 거리를 두고 내부 자정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지만, 이들의 당 민주주의 회복·팬덤정치 결별 등 쇄신안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비명계 한 관계자는 "개딸과 떨어지랬더니 더 가까워지려는 것을 눈으로 보니 과도한 기대가 아니었나 싶다"며 "미래가 걱정된다"고 헀다.
때문에 결국 당에 기대감을 접은 비명계의 집단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원칙과상식'은 지도부가 이달 중순까지 쇄신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최종 결단'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결단'이 곧 '탈당'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3일 탈당한 이상민 의원처럼 당적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최근 신당 창당설이 불거진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도 변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연일 직격하면서 사실상 비명계 구심점이자 반명전선 확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도부는 비명계의 이러한 의구심을 일축하는 한편 비주류 세력화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아무리 친명, 주류, 비주류 논쟁을 해도 현역 기득권은 깨기 어렵고 비주류라 할지라도 경선에서 승산이 높다"며 "공정한 경선이 될 것이고 국민의힘처럼 인위적인 물갈이 또는 공천 학살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김·정 전 총리와의 '3총리 연대설'에 대해선 "우리 당에서 상당한 위상을 가진 분들을 도매금으로 엮는 건 지나친 폄하"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민주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세균계 중진 안규백 의원을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비명계 세력화 등 내홍을 고려한 계파 안배 인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