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심서도 식량 사막화 가속…고령화에 ‘쇼핑 난민’ 급증 [글로벌 생활비 대란]

입력 2023-12-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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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접근 곤란 인구, 65세 이상 노인 약 25% 달해
“도쿄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는 증가세”
젠트리피케이션·가격 상승·교류 단절 등 원인
“도심 지역일수록 실태 파악 어려워”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청과물 상점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신선 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뜻하는 ‘식량 사막’이 지방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 도심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도심에 부유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가격대가 저렴한 식료품점이나 슈퍼마켓 등이 문을 닫아 고령층을 중심으로 ‘쇼핑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0일 보도했다.

통상 쇼핑 난민은 대중교통 환경이 열악하고 상점이 적은 지방권에 분포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역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식품 구매가 어려운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 국가 연구기관인 농림수산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상점에서 500m 이상 떨어져 있고 차량 이용이 어려운 65세 이상 인구를 뜻하는 ‘식료품 접근 곤란 인구’는 2015년 기준 825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시 65세 이상 인구의 약 25%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도쿄 수도권의 식료품 접근 곤란 인구는 198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보다 1.6배 증가한 것으로, 닛케이는 “도쿄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는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도쿄대학교의 아사미 야스시 도시공학 교수는 지난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식량 사막 현상의 원인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는 중산층 이상이 유입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도쿄도 미나토구의 아자부·다카나와 지역에는 2000년 이후 약 20개의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개발 지점으로부터 500m 이내 지역에 고급 슈퍼마켓이 잇따라 들어왔고 저가의 식료품점은 그 밖으로 밀려났다.

둘째는 ‘식료품 가격의 상향 평준화’다. 동일 지역에서 채소 13개 품목의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소형 식료품점에서는 2353엔(약 2만1430원), 고급 슈퍼마켓에서는 3572엔이었다. 고급 상점에서의 가격이 50% 이상 높았다.

마지막으로는 ‘가족·사회와의 교류 단절’이다. 식량 사막에 거주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육류·생선 등 10개 식품군의 섭취 빈도를 조사한 결과 59%가 4개 식품군을 적절히 섭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보다 저영양 상태의 고령자가 1.8배 많았으며 이는 가족이나 지역과의 유대감이 적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아사미 교수는 지적했다.

지방이나 교외에서는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이동 수단 제공, 식품 배달 등의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반면 도심에서는 식량 사막에 놓인 고령자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이에 따라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와세다대의 아사카와 다쓰토 교수는 “도심은 지방에 비해 어려운 노인들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실태 파악이 중요하다”며 “산업계와 정부, 학계, 민간이 힘을 합쳐 지원이 필요한 거주지를 가시화하고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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