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업 3자에게 이용자 자산 위탁 금지
동종ㆍ동량 실질 보유 규정…원금 보전 책임까지
소비자 보호 측면 이해하지만, 사업자는 부담감
가상자산 예치 운용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델리오를 비롯한 예치금 지급 불능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예치 운용업 제재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가상자산법 시행령ㆍ감독규정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시행령 및 제정안에는 가상자산 예치ㆍ운용업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제정안에 따르면 제3자에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맡기는 예치ㆍ운용업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던 델리오의 고객 예치금 반환 지급 불능 사태를 염두에 두고 이번 조치를 마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델리오는 6월 고객들이 예치했던 가상자산을 미신고업체인 하루인베스트를 비롯한 제3자에게 위탁 운용했던 것이 밝혀졌다. 델리오에 앞서 하루인베스트가 먼저 출금 정지를 공지하면서 델리오도 잇따라 고객 출금을 일방적으로 막았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7조2항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을 동종ㆍ동량으로 실질 보유하도록 규정한 점도 예치 운용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예를 들어, 고객으로부터 받은 비트코인 1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는 자기자본으로 비트코인 1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규정에 따라서 예치 운용업을 하기에는 사업자 입장에서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마치 이용자가 맡긴 자산을 직접 운용한다면 가상자산 예치 운용업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은 평가액 기준이 아닌 수량이 기준이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때 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시 바로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을 우선 반환하기 위함이다. 직접 운용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손실이 날 경우 사실상 사업자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산운용사가 판매하는 펀드 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할 경우 원금 보전 의무를 지지 않는 반면, 전통자산운용과 성격이 비슷한 가상자산 예치ㆍ운용업은 원금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불만이다.
금융위의 규정 도입에 공감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예치 운용업을 하던 업체들이 운용할 당시 상품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고위험군인 가상자산을 다루면서 위험 고지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위험, 초고위험 등 위험 정도와 지표 등 충분한 설명 고지를 이행하는 자산운용사와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델리오는 10%가 넘는 고이율 상품을 제공하면서 위험 지표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상품 연 수익률에 대한 안내만을 고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예치 운용업은 사실상 자산 운용이면서 마치 예금이자인 것처럼 설명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위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잘 지적했다고 보지만, 앞으로 예치 운용 서비스는 힘들 것 같다”고 진단했다.